박병진 전 지검장 “선거사기 주장은 미친 짓”

의회폭동 1주년 맞아 AJC와 퇴임 이후 첫 인터뷰 가져

“트럼프 다시 돌아올 것…올해 선거도 같은 주장 난무”

대선 선거부정 주장과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력으로 사임한 박병진(영어명 BJay Pak) 전 조지아 연방 북부지검장이 퇴임 이후 최초로 언론 인터뷰를 가졌다. 박 전 지검장과 인터뷰한 AJC의 기사를 최대한 원문을 살려 번역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귀넷카운티 릴번에 거주하고 있는 박병진 전 지검장은 의회폭동이 일어난 지난해 1월 6일 딸들과 함께 자택 인근의 스톤마운틴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틀전인 1월 4일, 그는 근거도 없는 조지아주 대선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난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전격 사임했다.

그는 신선한 공기 속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몇 주 동안 자신을 둘러쌌던 끊임없는 광기를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책 도중 박 전 지검장은 연방의회 의사당이 포위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고 몇분 후에는 낯선 사람이 다가와 “당신이 비제이 박 인가요”라고 물었다. 박 전 지검장은 마스크를 썼는데도 자신을 알아보는 남성 떄문에 불안했고 권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걱정이 더 커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딸들 앞을 가로 막고 서서 낯선 이를 경계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선거운동원들은 퇴근 길에 미행을 당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위협을 받았다. 그 동안 TV에 자주 얼굴을 공개했던 박 지검장은 “트럼프를 열렬히 추종하는 세력이 선거부정 수사를 하지 않는다며 나에게 분노를 퍼붓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낯선 사람은 “당신의 봉사에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1년 전 사임한 이후 처음으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박 전 지검장은 “가끔 총을 소지(packed heat)하기는 하지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된 적은 없다”면서 “하지만 수도를 습격하는 무리들이 있는 마당에 사람들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짓을 할지는 오직 하나님만 아실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묘사했다.

박 전 지검장에게 당시는 거짓말과 음모, 분노하고 불안정한 사람들이 걱정되는 시간이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여겼으며 지금도 그런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박 전 지검장은 지난해 8월 연방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을 했다. 그는 청문회에서 “나를 비롯한 법무부 관리들은 법을 어기면서 전혀 다른 세상의 논리를 펼치고 있는 트럼프 팀으로부터 끊임없는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지검장은 의회에서 “그건 정말…미친 짓입니다”라고 당시 법무차관 대행이었던 리처드 도너휴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도너휴는 “완전히 미쳤다”고 동의했다.

2020년 12월 30일 혹은 31일 전화 통화 중 도너휴는 박 전 지검장에게 “법무부의 트럼프 추종 고위관리 1명이 조지아 선거결과 번복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조지아 주의원들에게 선거에 의해 확정된 대통령 선거인단을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install a new slate)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 원했다.

트럼프 추종자들이 주장한 선거부정 사례는 풀턴카운티 개표소에서 발견된 이른바 불법투표 가방 등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내용들이었다. 박 전 지검장은 “이미 주 선거관리들과 FBI가 이러한 사기 주장들이 거짓임을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지아주에서 확인된 선거사기가 없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고 말했다.

박 전 지검장은 귀텟카운티 출신 공화당 주하원의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지난 2017년 지검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트럼프는 박 지검장이 사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화가 났으며 그를 ‘네버 트럼퍼’ (결코 트럼프 편을 들지 않는 사람)라고 생각했다. 결국 트럼프는 박 전 지검장이 해임되기를 원했다.

그는 윌리엄 바 연방 법무장관이 사임하겠다고 밝힌 2020년 12월 중순부터 자신의 거취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오랜 경력을 가진 공화당 출신 바 장관이 백악관에서 어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박 지검장은 “사람들은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그럴 수 없습니다’라고 얼마나 많이 말했는지 잘 모른다”면서 “그는 그 광기를 막으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부정선거와 관련된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는 “정말로 그들이 이런 것들을 믿지 않길 바란다”며 “단지 그들이 선거결과에 단순히 실망한 상태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 전 지검장은 트럼프가 전국의 주요 경선에서 여러 차례 지지선언을 한 점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조지아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2022년 선거에서도 비슷한 선거사기 주장이 난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은 기자 eunice@atlantak.com

박병진 변호사/Courtesy of Alston & 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