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대란] ③ 동식물도 고통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류가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동물과 식물도 바이러스에 신음하고 있다.

2018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돼지열병)이 잠잠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올해 초부터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중국 양식장에서는 새우가 바이러스로 집단 폐사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올리브가 전염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 전세계 육류 파동 불러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인 돼지열병은 지난 2018년 8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인간 감염은 안 되지만 백신이 없고 치사율이 100%라 ‘돼지 흑사병’이라고 불린다.

돼지열병은 아프리카 지역 멧돼지와 사육돼지가 감염되는 풍토병이었지만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약 8개월 만에 1억3000만마리가 살처분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후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북한, 한국, 유럽까지 번졌다. 전세계 50여개 나라에서 발병이 확인돼 돼지 수억마리가 살처분됐다.

중국은 전세계 돼지의 약 50%를 사육하고 있는 만큼 전세계 돼지고기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110% 가까이 오르는 등 돈육파동이 일었다.

◇ ‘치사율 50%’ 조류독감(AI)…조용히 퍼지는 중

코로나19가 한창 창궐했던 지난 2월 중국에서는 치명적인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발견돼 닭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특히 조류독감이 발병한 장소가 후베이성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후난성으로 사람 간 감염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조류독감은 인간에게 잘 전염이 되지 않지만 전염되면 치사율이 50%에 이른다. WHO에 따르면 2003~2019년 조류독감에 걸린 사례 861명 중 455명이 숨졌다.

지난달에는 필리핀, 대만 등 동남아시아와 독일과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등 유럽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HPAI)가 보고됐다.

새로운 ‘코로나19 진앙지’가 된 미국에서는 지난 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칠면조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7N3)가 발견돼 감염이 진행 중이다.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3년 만에 미국에서 다시 발생한 것이다.

아직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칠면조 1583마리가 바이러스 감염으로 폐사했고 3만2577마리가 살처분됐다.

◇ 새우도 바이러스 걸려 죽어간다…예방책 없어

지난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새우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십각류 무지개 바이러스(Decapod iridescent virus)가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바이러스는 2014년 초 처음 발견됐지만 올해 2월부터 다시 확산되면서 지역 내 새우 어획량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업계는 돼지열병과 비슷한 규모로 새우가 대량 폐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감염 징후는 새우 껍질이 부드러워지면서 양식장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어민들은 “이 바이러스는 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새우를 모두 감염시킨다”고 말한다.

최근 6헥타르가 넘는 자신의 양식장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했다는 어민 다이진지는 전체 3700kg의 새우 중 살아남은 것이 200kg에 불과하다고 호소했다. 감염이 확인되면 양식장 물을 모두 빼낸 뒤 최소 두 달 이상 말려야 한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어디서 나와 어떻게 전염되는지 경로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 외 동남아 해역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출현하는데, 외부인의 양식장 출입을 금지하는 것 외에 마땅한 예방책이 없다.

◇ 올리브도 시들시들…유럽 농가 타격

동물 뿐만 아니라 식물도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는 박테리아성 잎마름병으로 올리브 농가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에서 올리브가 치명적인 ‘지렐라’균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 병원균은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아 농장주들은 감염된 나무를 불태우는 것 외에는 속수무책이다.

이 병은 수액을 빠는 곤충을 통해 벚나무와 아몬드, 자두나무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를 감염시킨 것은 2013년 이탈리아에서 보고된 것이 처음이다.

잎마름병에 감염된 나무들은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서서히 시들어 죽는다. 2013년 이탈리아에서는 잎마름병이 극심해 농장 수확이 약 60% 급감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은 유럽 올리브 생산량의 95%를 차지한다. 마리아 사포나리 이탈리아 식물전문가는 “올리브가 죽어가면서 농장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며 “지역 경제와 농업 일자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바이러스 대란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서안시 향토 음식들 중 하나인 러우쟈모를 파는 한 식당을 찾아 돼지고기 가격 동향을 묻고 있다. (중국 정부 네트워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