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대란] ① 자연의 복수

 

기후변화로 창궐…서식지 파괴로 인간·동물 접촉늘어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올해 코로나19로 전 지구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바이러스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공격하고 있다. 바이러스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바이러스 대란’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주

바야흐로 바이러스 전성시대다. 코로나19가 인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돼지열병) 등 동식물도 바이러스에 시달리고 있다.

◇ 돼지열병 이어 코로나19 창궐

2018년 돼지열병으로 몸살을 앓았던 지구촌은 올 들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돼지열병으로 수억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으며, 이로 인한 돈육가 폭등으로 중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데 이어 올 들어 코로나19로 19일 현재 16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가히 바이러스 전성시대라고 할만하다. 바이러스는 왜 이렇게 활개치고 있는 것일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영국 매체 ‘더태블릿’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의 응답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서식지 파괴, 인간·동물 접촉 빈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나 가뭄, 수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인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수의학저널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유행한 인수공통감염병 중 약 70%가 야생동물에 의한 것이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원숭이나 침팬지에게서,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는 조류와 돼지에게서 각각 비롯됐다.

말레이시아 병리학회 연구에 따르면 뇌염을 일으키는 니파바이러스는 숙주인 과일박쥐가 산불과 가뭄으로 서식지에서 쫓겨나 양돈 농장에 드나들다 돼지를 통해 인간에 전파된 사례다.

박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에볼라바이러스 등 최근 새롭게 나타나는 전염병의 주요 숙주로 악명 높다.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역시 중국 남부 윈난성의 박쥐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96% 이상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모기 등 바이러스 숙주 개체수 증가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경우와 달리, 오히려 기후변화로 인해 전염병 숙주 서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경우도 있다.

의학학술지 랜싯(Lancet)은 2019 연례보고서에서 기온 상승과 강우량 변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을 전파하는 모기가 번식하기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지적했다.

모기 외에도 진드기와 벼룩, 쥐와 같은 설치류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홍수는 설치류의 배설물에 대한 노출을 증가시킨다. 치사율이 15~35%로 높은 한타바이러스가 쥐의 배설물을 통해 전염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온도가 섭씨 1도 상승할 경우 쯔쯔가무시·렙토스피라·말라리아·장염비브리오·세균성이질 등 전염병의 평균 발생률이 4.27% 증가한다.

◇ 온난화로 빙하 속 세균·바이러스 나온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나 시베리아 동토가 녹으면서 오랫동안 얼어 있던 바이러스와 세균이 드러나기도 한다.

지난 2016년 여름 러시아 서부 야말 툰드라에서 기온이 급격히 상승, 시베리아 동토가 해빙되자 휴면 중이었던 탄저균이 돌았다. 탄저균은 약 75년 전 죽은 사슴의 사체에서 순록을 통해 현지 유목민에게 옮겨졌고, 이 지역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채 사라졌다가 지난 2005년 미국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에 묻혔던 여성의 사체 속에서 다시 발견됐다.

이는 전염병으로 죽은 사체 속에 잠들어있던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동토층이 녹으면서 사체가 밖으로 드러날 경우 다시 창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과거에 사라졌던 전염병도 기후변화로 다시 등장할 경우, 미래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애틀랜타 K 뉴스 제휴사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