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회 현주소] ② “잡탕식 운영은 이제 그만”

[기획연재] 변화하는 이민사회 적응못하고 이전 활동 고집

이민 1세대들 ‘끼리끼리’ 문화에 차세대들은 “관심 없어요”

“미국사회와 이민자 커뮤니티의 상황은 매일처럼 급변하는데 10년전 내가 한인회장을 할 때나 지금이나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행사만 하려고 한다” (은종국 전 애틀랜타한인회장)

미주 한인회 조직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일부 이민 1세대들의 ‘끼리끼리’ 조직 문화와 창의성 없는 기존 운영방식 고수라는 것이 한인사회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종훈 미 동남부한인외식업협회장은 “애틀랜타한인회의 한 부서였던 팬아시안봉사센터(CPACS)와 애틀랜타한국학교의 성장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주 한인회들이 담당했던 사회복지 분야의 봉사와 한국어 교육 등이 분리되고 특화하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한인회는 여전히 ‘대표단체’라는 상징에만 집착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팬아시안봉사센터와 한국학교가 한인회와 가장 다른 점은 유급 직원을 두고 있어 수장의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회장 개인의 재정적 능력이나 한인사회의 도네이션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인회가 여전히 여러가지 사업에 욕심을 낸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애틀랜타한인회의 파행 사태를 결정적으로 초래한 코리안페스티벌의 경우 이미 일부 지역 한인회에서는 독립적인 운영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LA 한인들은 한인축제재단을 구성해 매년 코리안페스티벌을 열고 있으며 이를 벤치마킹해 별도 조직을 추진하고 있는 한인회도 상당수다.

이처럼 ‘잡탕식’ 사업을 하고 있는 한인회가 정부기관이나 기업들로부터 그랜트를 받기 어려운 반면 한인회에서 분리된 직능단체들은 집중된 사업분야 덕분에 외부 후원을 받기가 용이해 유급직원을 고용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회가 집중해야 할 사업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제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차세대 정체성 확립과 미국 주류 정치인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갑 한인정치참여위원장은 “뉴욕과 애틀랜타 한인회 일에 모두 관여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차세대들의 정치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한인회 인사들이 제발 한국 정치권에 눈을 돌리지 말고 유대인들처럼 미국내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인회를 이끄는 지도층의 세대교체가 절실하지만 이미 2세대 가운데 30~40대의 영입은 늦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AC(한미연합회) 애틀랜타지회 박사라 회장은 “기존의 한인회가 중간세대라고 불릴 수 있는 30대와 40대를 포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한인회들이 그동안 1세대 위주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이들에게 갑자기 한인회를 위해 봉사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박 회장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10대와 20대의 젊은 한인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고 이들에게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인회를 비롯한 한인단체들이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지난 9월 애틀랜타 코리안페스티벌 야외무대에 버려진 배너/독자 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