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쿡 카운티’, 내년부터 한국어 투표

일리노이주 한인들 ‘쾌거’…미국에서는 7번째

카운티 이사회, 한글투표용지 조례안 만장일치 통과손식 KAVOICE 회장(오른쪽 연단에 선 이)이 이사회 전체 투표에 앞서 커미셔너들 앞에서 그간 한글투표용지 도입 캠페인 진행상황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매거진 newsmzn.com © 뉴스1

미국에서 두 번째, 일리노이주에서 가장 큰 카운티인 쿡 카운티에 내년부터 한글투표용지가 도입된다. 미국 내 7번째 쾌거로, 침체된 시카고 한인 사회에 오랜만 큰 성과라는 평가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쿡 카운티 이사회(의장 토니 프렉윙클)는 시카고의 쿡 카운티 청사에서 커미셔너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한글투표용지 도입 조례안(VOTE)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27일 스캇 브리튼(14지구)·케빈 모리슨(15지구) 두 커미셔너가 조례안을 제출한 지 근 한 달 만이다.

이 자리에는 지난 2015년부터 한글 투표용지 도입 캠페인을 벌여온 KAVOICE 손식 대표와 임원단, 유스클럽 회원들과 이성배 시카고 한인회장, 김영석 시카고 총영사 등 한인 2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글로 된 투표용지 도입은 한인 사회 오랜 숙원으로 유권자 수 기준 미달 등으로 그동안 번번이 좌절됐다. 특히 영어가 불편한 한인 유권자 경우 투표를 꺼리는 경향이 있어 한인 투표율 제고를 위해서도 한글투표용지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한인 유권자 단체인 KAVOICE(대표 손식) 등을 중심으로 수년째 한글투표용지 도입을 위한 캠페인이 진행돼왔다. 2016년 도입된 한글투표용지 견본은 이 운동의 결실로, 이를 계기로 한글투표용지 도입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이번 조례안 통과로 내년 3월 예비선거(프라이머리)부터 한국어로 투표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조례안에는 한글과 타갈로그어(필리핀) 도입 후 타 언어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쿡카운티 투표용지는 영어와 스페인어, 중국어, 인도어로 제공되고 있다.

손식 KAVOICE 대표는 “KAVOICE가 한글 투표용지 도입 활동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이룬 쾌거로, 매우 기쁘다”며 “그 동안 수고해 준 KAVOICE 청소년 회원들과 관계자, 조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투표용지 언어 추가가 법무부 소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이를 커미셔너들에게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며 “특히 ‘한인 조기투표의 날’ 길게 늘어선 투표행렬이 이곳 정치인과 선관위 등에 깊은 인상을 준 점도 오늘 성과를 가능케 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글렌뷰 시청 투표소에서 시행된 첫 ‘조기투표의 날’ 행사에 800여 명의 한인 유권자가 한꺼번에 참여,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조기투표는 이후 매년 선거 때마다 시행됐다. 손 대표는 “어렵게 한글투표용지를 확보한 만큼 많은 한인이 이를 적극 활용해야 지속할 수 있다”며 아울러 투표에도 더 많이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KAVOICE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의 LA 카운티, 오렌지 카운티, 뉴욕의 퀸스 카운티, 뉴저지의 버겐 카운티, 워싱턴 주의 킹 카운티, 버지니아의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한글투표용지를 사용 중이다. 쿡 카운티는 이제 7번째 한국어 투표를 하는 카운티가 됐다.

한국어 투표 확정 후 조례안 발의 커미셔나와 한인 참관자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매거진 newsmzn.com©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