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 전파자’는 제약회사 직원들

바이오젠, 수도 워싱턴DC와 6개주, 3개국에 퍼뜨려

미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5만명을 넘은 가운데, ‘슈퍼 전파자’들이 다름 아닌 질병을 치료하는 한 제약회사에서 나왔다고 12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오젠의 임원들은 미국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 2월26~27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본사에서 연례 경영 회의를 열었다. 이때 미국 내 확진자 수는 60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당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에서 건너 온 부사장들 중 일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회의 이후 바이러스는 임원들에게서 직원들로 조용히 퍼졌고, 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서 인디애나·테네시·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주와 워싱턴DC, 중국·독일·스위스 등으로 바이러스를 옮겼다.

바이오젠 부사장 중 한 명은 회의 이틀 뒤 남편과 함께 뉴저지주 프린스턴에 있는 친구의 파티에 참석했다. 이 파티에서 참석자들 40여명 가운데 15명 이상이 감염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3월2일 바이오젠의 최고의료책임자는 경영 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사람들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리며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 의사를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바이오젠의 최고급 임원 4명은 투자회사 코웬이 주최한 대규모 헬스케어 회의에 참석했다. 그 외에도 각지에서 투자자들이나 로비회사를 방문했던 임원들도 있었다.

다음날인 3월3일 바이오젠은 매사추세츠주 공중보건부에 직원 50여명이 독감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직원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자 병원 응급실에 방문했지만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여행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진단을 받지 못했다.

매사추세츠주 보건부에 따르면 현재 바이오젠 관련 확진자 수만 공식적으로 99명이다. 미국 전역으로 넓히면 이 숫자는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 미셸 부나토스는 첫 공개 논평에서 “우리는 절대 고의로 누군가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바이오젠이 발병 사실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감염됐던 직원들은 모두 완치돼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젠은 이후 의료진의 비상식량과 보호장비, 검사 확대 지원에 1000만달러를 기부하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매사추세츠 바이오젠 본사./google m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