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백신 남아도는데 가축 구충제 먹는다

CNN “백신 반대론자 중심 이버멕틴 복용…인체에 유해”

백신이 남아도는데도 미국인들은 백신 접종 대신 소·말 구충제를 먹고 있다고 CNN 등이 25일 보도했다.

미국에서 백신 접종 반대론자를 중심으로 동물용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제인 것처럼 쓰이고 있다. 백신이 남아도는데도 음모론에 가까운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미국인들이 백신 접종 대신 이버멕틴을 복용하고 있다.

한때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잠재적인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다가 곧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미국에서 또다시 과학적인 근거가 빈약한 이버멕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버멕틴은 소나 말 등 동물의 기생충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약물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몇몇 연구에서 이버멕틴이 일부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표본이 제한적이고, 설계가 부실하며, 무엇보다 이버멕틴을 지지하는 연구진에 의해 이뤄져 학계에선 연구의 신빙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버멕틴의 효과를 주장한 한 연구가 조작이 의심되는 데이터 문제로 철회되는 등 논란도 많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버멕틴의 효과를 보여줄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실제 치료에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버멕틴은 효과와 안전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백신이 부족한 저소득 국가에서 주로 사용돼왔는데, 백신이 충분한 미국에서도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가 퍼져 일부가 이버멕틴을 복용하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식품의약 당국인 식품의약국(FDA)은 정식으로 이버멕틴 복용을 중지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FDA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당신은 소나 말이 아니다. 당장 이버멕틴 복용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의 미 식품의약국(FDA) 본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