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아기 울음소리 ‘실종’

출산율 ’32년래 최저’…지난해 신생아 379만명 불과

“출산율, 절망의 바로작년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모두 378만8235명으로, 32년 만에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했다고 공영라디오 NPR이 15일 보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잠정 출산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출산율은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전년보다 2% 내린 1.728명으로 사상 최저치다.

이번 CDC 발표는 인구 통계학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들은 미국 경제의 호조와 고용 증가에 힘입어 출산율이 안정되거나 심지어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인구학자 다월 마이어스는 이에 대해 “국가적인 문제”라며 “출산율은 절망의 바로미터다. 젊은이들이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아이를 가질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우리는 불황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렇다면 높은 주거비를 제외하고 그 외 경제적 기준으로 볼 때 이제 출산율은 상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율 저하 배경에는 암울한 미국의 미래와 정치적 혼란에 대한 젊은층의 부정적인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CDC 보고서 발표 뒤 많은 미국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육 시설 부족과 높은 보험료, 육아 휴직 및 지원 시스템 부족 등 아이를 갖는 것을 막는 장애물들을 열거하고 있다. 아울러 미 경제가 호조를 보여도 근로자들의 급여는 같은 속도로 오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NPR은 전했다.

조지아주  엘레나 페어런트(Elena Parent) 상원의원은 “부모들은 왜 출산율이 떨어지는지 알고 있다”며 “아이들(양육)에겐 돈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우리 사회는 이걸 쉽게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학자 사라 다마스케는 고용 안정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9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66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최근의 대 경기침체(the Great Recession) 때보다도 많은 것”이라며 “실업률이 개선되더라도 기업은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마스케는 “실직한 근로자들 중 일부는 다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을 체념했다”며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 가정을 꾸리는 건 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NPR은 결혼과 양육 시기를 미루는 미국민들이 늘어났다는 문화적 변화도 출산율 저하에 반영됐다면서 “역사적으로 미국에선 20대 여성의 출산율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17년 30대 초반 여성(출산율)이 이를 추월했고 그 격차는 2018년 더 벌어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