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물로 코로나 전염될까?

한국 목욕탕서 코로나 연쇄 감염사례

“물은 죄없다…밀접 접촉이 주된 배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공공 목욕탕에서 전파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방역당국은 목욕탕이 특별히 위험한 곳은 아니며 감염자와 1미터(m) 이내 밀접 접촉을 한다면 모든 장소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문가에 따르면 온탕·열탕에선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하기 어렵다. 냉탕엔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지만 밀도가 매우 낮다. 목욕탕 물이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반면 침방울(비말)이 튈 정도로 감염자와 가깝게 접촉했다면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에서 목욕탕 감염 사례와 관련해 “아마도 지인들이 목욕탕에서 만나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전염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까지 경남 진주의 스파인 윙스타워에서만 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강원 철원에서도 대중목욕탕 관련 환자가 3명 추가됐다. 이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공공 목욕탕 관련 확진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신천지 교회를 비롯해 콜센터, 요양원, 줌바댄스장, 목욕탕 등은 지금까지 대량 감염이 발생한 곳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 모여 장시간 비말(침방울)을 배출하는 곳이란 점이다.

방역당국은 이렇게 밀폐·밀집된 공간은 어디든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집에 머물러달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정 본부장은 “증상이 있는 상황에서 실내에서 아주 밀접한 접촉을 하면 모든 공간이 다 전파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어 “어느 공간이 위험하고 어떤 공간은 괜찮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증상이 있으신 분은 가급적 집에 머무르시고 야외 외출을 하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목욕탕, 더 위험할까?…”결국 사람 밀집되면 다 위험”

의학 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라면 목욕탕의 장소적 특성 때문에 감염이 더 잘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축축하고 따뜻한 환경은 병균이 득실거리는 이미지를 연상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염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보면 목욕탕은 다른 장소보다 특별히 더 위험성이 높은 곳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모든 밀집·밀폐된 곳은 위험하며, 대중 감염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감염자나 유증상자가 스스로 외출을 자제하는 것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다음은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와의 일문일답.

Q. 목욕탕의 수증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더 멀리 전파될 수 있나. 혹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길어질 수 있나?

▶바이러스는 습한 환경이라고 생존기간이 더 길어지지 않는다. 온도가 높아도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 날씨가 따뜻한 건 오히려 바이러스에게 불리하다. 수증기가 있어서 바이러스가 멀리 간다는 말도 일반적인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이 없고, 이 바이러스 자체의 전염력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Q. 온탕·냉탕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물을 입에 머금었다 뱉을 수 있다. 그러다보면 탕 자체가 바이러스가 둥둥 떠다니는 ‘바이러스 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탕 안에 들어갔다 나오면 감염이 더 쉽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로 온탕·열탕은 바이러스가 오래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냉탕이라면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는 있다. 다만 바이러스는 세포 내에서 증식하기 때문에 물 안에 들어가서 증식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냉탕 안에 일정량의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그 밀도가 굉장히 낮아질 것이다. 만약 냉탕의 크기가 굉장히 작고, 그곳에 바이러스를 다량으로 분출하는 사람이 들어가 그 사람의 호흡기로 물이 여러번 들어갔다 나왔다 하고, 그 물이 소독되지 않은 채로 다음 사람이 바로 들어간다든지, 하는 특수한 조건들이 만족된다면 그런 일이 이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Q.목욕탕이 특별히 감염 위험이 더 높은 환경이 아니라는 뜻인가?
▶여러번 말하지만 환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밀폐된 실내 공간에 모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또 목욕탕에 모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전파 위험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