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매머드 복원해 지구 살리겠다”

하버드 저명 유전학자 참여 벤처기업 선언…기술·윤리적 난제 산적

캐나다 '로열 브리티시 컬럼비아 박물관'에 전시된 털북숭이 매머드 입체 모형
캐나다 ‘로열 브리티시 컬럼비아 박물관’에 전시된 털북숭이 매머드 입체 모형 [By Flying Puffin – MammutUploaded by FunkMonk,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2770047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한 생명과학 창업기업이 수천 년 전 지구에서 사라진 털북숭이 매머드를 시베리아 툰드라에 되돌려 놓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부터 시작해 실제로 복원됐을 때 촉발될 윤리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3일 뉴욕타임스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컬라슬'(Colossal)이라는 이 회사는 1500만 달러(176억원)를 투자 받아 출범했으며, 하버드 의학대학원의 저명 유전학 교수 조지 처치 박사를 중심으로 털북숭이 매머드 복원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컬라슬의 공동 창업자로 참여하고 있는 처치 박사는 지난 8년간 멸종 매머드 복원 방법을 찾아온 소규모 연구팀을 이끌어 왔다.

컬라슬은 멸종동물 복원 노력이 파괴되거나 잃어버린 생태계를 되살리고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모델로 정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털북숭이 매머드의 경우 대규모 이동을 통해 북극 지역의 초지를 유지해 건강한 생태 환경을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이를 복원해 북극의 영구동토 지역을 돌아다니게 하면 초지를 되살려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컬라슬 최고경영자(CEO)인 벤 램은 “인류는 이런 기술의 힘으로 멸종동물 개체 수를 늘려 생태계를 복원하고 지구를 치료해 미래를 보존한 적이 없다”면서 “털북숭이 매머드와 같은 고대 멸종 동물을 복원하는 것에 더해 현재 멸종 직전의 위험에 처해있는 종을 보존하고 인간에 의해 멸종된 종을 되살리는 것을 돕는데도 이 기술이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베리아 동토에서 발굴된 털북숭이 매머드 '유카'
시베리아 동토에서 발굴된 털북숭이 매머드 ‘유카’ [EPA=연합뉴스]

털북숭이 매머드는 북극 일대에서 서식하다 약 4천년 전 멸종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일부 개체가 동토의 얼음 속에서 상아와 뼈, 털 등이 그대로 간직한 채 발굴돼 유전물질이 추출되고, 유전자 연구가 진행돼 왔다.

컬라슬 연구팀은 약 600만년 전에 조상이 같았던 털북숭이 매머드와 아시아 코끼리의 DNA 구성이 99.6% 일치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잘 보존된 유해에서 수집된 털북숭이 매머드의 DNA를 아시아 코끼리의 게놈에 넣어 털북숭이 매머드처럼 보이는 “코끼리-매머드 잡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코끼리 난자를 이용할 계획이지만 누구도 이를 채취한 적이 없어, 줄기세포를 배양해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인공수정한 배아를 코끼리 대리모 자궁에 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접고 인공자궁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공자궁은 양을 대상으로 4주간 이용된 사례가 있지만 매머드 복원에는 100㎏에 가까운 태아를 2년 가까이 유지해야 하는 등 기술적 난관이 산적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함께 매머드 복원이 툰드라에 가져올 혜택이 무엇이든 과학자들이 태어나게 한 코끼리-매머드가 겪게될 고통에 대해서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 철학자 헤더 부시맨은 뉴욕타임스와 회견에서 “코끼리와 비슷하다면 오랫동안 모자간에 강한 유대가 지속하는 종에 어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아기 매머드가 한 두 마리 태어나면 누가 돌볼 수 있겠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