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라두카누 US오픈 우승…테니스 ‘세대교체’ 신호탄

1996년생 메드베데프 조코비치 완파, 여자부는 2002년생들끼리 결승전

다닐 메드베데프
다닐 메드베데프 [AFP=연합뉴스]

2021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다닐 메드베데프(2위·러시아)와 에마 라두카누(150위·영국)가 우승하면서 새로운 세대의 등장에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먼저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메드베데프는 현역 20대 선수로는 지난해 US오픈 도미니크 팀(6위·오스트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 왕좌에 올랐다.

지난해 US오픈과 올해 US오픈에 모두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불참했다는 점은 똑같지만 팀과 메드베데프의 우승 과정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팀의 경우 남자 테니스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출전했던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지난해 US오픈 16강에서 실격패를 당한 가운데 결승에서 1997년생 알렉산더 츠베레프(4위·독일)를 물리쳤다.

반면 올해 메드베데프는 결승에서 올해 앞서 열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을 석권한 조코비치를 3-0(6-4 6-4 6-4)으로 완파해 ‘차세대 기수’ 가운데 맨 앞자리를 확보했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현재 20대 나이의 선수가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등 남자 테니스의 ‘빅3’ 가운데 한 명을 잡은 것은 올해 메드베데프가 처음이다.

조코비치(왼쪽)와 메드베데프
조코비치(왼쪽)와 메드베데프 [UPI=연합뉴스]

1981년생 페더러가 40세를 넘기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선수로 뛸 수 있을지 미지수고, 1986년에 태어난 나달도 ‘파워 테니스’를 구사하는 특성상 전성기가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1987년생인 조코비치도 이번 US오픈에서는 1996년생 메드베데프나 1997년생 츠베레프를 상대로 랠리가 길어지면 실점하는 장면이 자주 나와 30대 중반을 향하는 나이를 속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차세대 빅3’로 꼽히는 메드베데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3위·그리스), 츠베레프 가운데 가장 먼저 메이저 타이틀을 따낸 메드메데프는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선수다.

21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2017년 대회 4강에서 탈락, 또래들 사이에서도 ‘최고’라는 평을 듣지는 못했지만 2018년 첫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19년 US오픈과 올해 호주오픈 준우승에 이어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파이널스 우승과 올해 드디어 메이저 우승 고지에 선착했다.

198㎝ 장신에서 나오는 서브가 기본적으로 강한 편인데다 코스 공략 등 효율성이 뛰어나고, 베이스라인을 지키며 벌이는 스트로크 대결이나 수비 능력이 특출하다는 평이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팬들이 일방적으로 조코비치를 응원하는 가운데서도 별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페르난데스(왼쪽)와 라두카누
페르난데스(왼쪽)와 라두카누 [UPI=연합뉴스]

세리나 윌리엄스(미국)가 2017년 딸을 낳고 내리막으로 접어들면서 ‘춘추 전국 시대’인 여자부는 이번 US오픈에서 2002년생들인 라두카누와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가 결승전을 벌일 만큼 평균 나이가 어려졌다.

페르난데스와 3회전과 4강에서 만난 오사카 나오미(일본),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도 각각 1997년, 1998년생으로 젊은 선수들이지만 페르난데스와 마주 서는 바람에 엄청난 ‘베테랑’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실제로 여자 테니스에서는 2019년 US오픈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올해 US오픈 라두카누 등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선수들이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여기에 2004년생 코리 고프(23위·미국), 2002년생 클라라 타우손(78위·덴마크) 등 유망주들이 대기 중이라 20대 중반만 넘어가도 ‘노장’ 취급을 받을 판이다.

상위권의 30대 선수로는 1990년생 페트라 크비토바(11위·체코), 1991년생 시모나 할레프(13위·루마니아) 정도가 10대부터 20대 초반 선수들의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자리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