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맨’, 본인은 90세까지 장수

담배 브랜드 세계에 알린 로버트 노리스 별세

사진 한 장 계기로 시대상징된 평범한 목장주

본인은 평생 비흡연자로 살아  이미지 쇄신 기여

‘말보로’를 세계적인 담배 브랜드 반열에 올린 모델 로버트 C. 노리스(1929~2019)가 향년 90세 나이로 지난 3일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 9일자 NYT에 따르면 노리스는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 있는 파이크스픽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노리스는 전문배우나 모델이 아닌 평범한 목장주인데다, 10년 넘게 말보로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비흡연자였던 걸로 알려졌다. 그의 아들에 따르면, 말보로 광고 제작진은 그가 친한 친구인 배우 존 웨인과 함께 있는 사진을 보고 그에게 접근해 광고 모델을 제안했다.

1955년부터 담배를 손에 들거나 입에 물고 있는 노리스의 모습이 말보로 제품과 광고에 실리기 시작했다. 당초 여자들의 담배 브랜드로 인식됐던 말보로는 노리스의 카우보이 이미지에 힘입어 남성적인 제품으로 재정립됐다.

스콧 엘스워스 미시간대학 교수는 “당시 말보로 맨 광고는 당시 가장 성공적인 광고 중 하나”였다며 “확실히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고 말했다.

1972년 말보로는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담배로 안착했고, 이후 이 지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말보로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전체 담배 중 43% 비중을 차지한다.

노리스는 14년 간 말보로맨 광고에 출연하다가 자신의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모범을 보인다고 느껴 그만두게 된다. 1964년 담배가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71년부터 TV와 라디오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말보로맨 광고도 1990년대 후반까지 송출이 중단됐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난 노리스는 금융가 또는 변호사인 친척들에 둘러싸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50년 부인 제인 라이트와 결혼하고 1953년 콜로라도주로 이주해 말과 소를 기르는 목축업을 시작했다. 설립 초기 2만에이커(약 8100ha)였던 ‘티크로스’ 목장을 마지막에는 6만3000에이커(약 2만5500ha)로 확대하고, 애리조나주에도 제2목장을 세우는 등 수완이 좋았다.

동물과 예술을 사랑한 그는 자선사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3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고아가 된 새끼코끼리 5마리를 목장으로 데려와 길렀고, 콜로라도 축제 세계 극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노리스는 아내와 슬하에 4남매와 13명의 손자·손녀들을 뒀다고 알려졌다. 그는 2016년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후 3년만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말보로 맨’으로 알려진 로버트 노리스가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이코노미스트 트위터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