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이어 화장지 ‘사재기 대란’ 왜?

“평범한 이들이 누리는 흔치않은 ‘사치품’이라 집착”

‘포모증후군’, 결핍 못참는 현대인의 생리 등도 지적

 

전세계적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퍼져나가면서 마스크와 손세정제, 비상 식료품 등이 동이 나고 있지만 특히 휴지를 사재기하려는 열풍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는 매장에 ‘물과 화장지는 1인당 5개만 판매합니다’라는 표지를 게시했다. 호주에서는 화장지를 차지하려고 다투다가 흉기를 꺼내든 사람들 때문에 경찰이 출동하는 등 사태까지 발생했다.

화장실 휴지 사재기 현상은 지난달 초 홍콩에서부터 나타났다. 당시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휴지를 사기 위해 1시간 넘게 줄을 서고, 무장강도가 화장지 수백개를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4일 BBC는 다른 물품이 아닌 휴지에 특히 더 많은 집착이 발생한 현상을 보도하면서 보통 사람들의 ‘호사’인 부드러운 휴지에 대한 갈망이 이같은 사태를 불러온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군중심리 자극하는 언론…휴지 동난 선반이 더 볼만해 : 언론은 텅빈 선반을 비추는 뉴스들을 연일 내놓았지만 이유는 정확히 밝히지 못했다.

당시 현지 소셜미디어에선 “중국 본토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다” “당국이 휴지 공장에다 마스크를 생산하란 지침을 내렸다”는 등의 루머가 난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수칙으로 손 씻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휴지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현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싱가포르, 일본,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지는 마스크처럼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직접 도움이 되는 물품도 아니다.

소비심리 전문가들은 이 행동이 확실히 비합리적이며 소셜 미디어와 뉴스 보도가 부추기고 있는 ‘군중 심리’의 예라고 말한다. 특히 통조림이나 손세정제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휴지가 사라진 휑한 선반 사진은 위기 의식을 더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 나만 빠지는 건 안돼…’포모증후군’ : 뉴사우스웨일스 대학의 니티카 가그 교수는 ‘다 하는데 나만 빠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포모(FOMO) 증후군’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사람이 그것을 산다면, 내 이웃이 그것을 산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니 나도 그 무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비자 전문가인 시드니 대학의 로한 밀러 박사는 어떤 결핍도 참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삶의 방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대부분은 결핍을 잘 모르고, 싼 물건이라도 언제나 원하는 것을 골라 선택하는데 익숙해져 있다”면서 “이 풍족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화장지를 사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일상의 명품’ 화장지에 대한 집착 : 밀러 박사는 또 사람들이 화장지가 만들어낸 고급품 이미지에 길들여졌기에 특히 위안 거리가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이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부드럽고 하얀 롤 화장지 광고는 대부분 보들보들한 털의 강아지나 흰 눈의 이미지를 통해 이뤄진다. 또 비싸지 않은데도 색이나 향을 첨가한 고급스러운 휴지도 있다.

밀러 박사는 화장지가 사람들이 포기하기 싫어하는 일상의 ‘명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화장지 자체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사람다운 삶의 최소한의 기준이라 생각해 집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화장지 회사인 퓨렉스의 광고 이미지<퓨렉스 웹사이트 갈무리>/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