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백신 꺼리는 사람과 지역 노린다

백신 접종 안 한 젊은층 감염도 늘어나…관건은 ‘백신’

지난 대유행 때와는 다르지만…’두 개의 미국’ 현실화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백신 접종률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전파력이 높은 변이인 델타 변이는 미국 신규 감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델타 변이의 확산이 너무 빨라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접종을 다시 한 번 촉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백신 효과…접종률 낮은 지역에서 델타 변이 ↑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은 특히 백신 접종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으로 양분된다. 주민 대다수가 백신 접종에 회의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우려했던 이른바 ‘두 개의 미국’으로 나뉘는 상황이 돼버리는 모양새다.

미국에선 대체로 서부와 북동부 지역의 접종률이 높은 반면 중부와 남부 지역 접종률은 낮은 편이다. 앞서 파우치 소장은 이를 백신을 ‘맞은 자’와 ‘맞지 않은 자’로 갈린 ‘두 개의 미국’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에선 정치 성향에 따라서도 백신 접종 의향이 나뉘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민주당 성향 지역 주민들은 백신 접종에 호의적인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세가 우세한 공화당 지역에선 접종률이 훨씬 낮은 편으로 조사됐다.

NYT는 특히 접종 완료율이 30%도 되지 않는 국가들에서 델타 변이 확산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기온이 내려가 사람들이 실내를 찾게 되는 가을이 오면 확산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예컨대 완전히 접종을 마친 비율이 1%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이 3주 주기로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6월27일 기준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19 감염은 전주 대비 25%가 늘어났고 사망 또한 15% 증가했다.

파우치 소장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코로나 사망자의 99%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사망자 중 0.8%만이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로, 사실상 사망자 전부가 미접종 상태였던 것이다.

◇델타 변이 확산, 가을까지 이어진다…관건은 ‘접종’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올 가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점, 그러나 백신 접종율이 높은 지역이라면 과거의 대유행 때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즉 지난 겨울처럼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델타 변이가 미국을 휩쓸면서 감염자 수는 늘겠지만 입원과 사망은 지난겨울 대유행 때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리스티안 앤더슨 스크립스연구소 바이러스 전문가는 “이전에 겪었던 대혼돈 근처에는 가지도 못할 것”이라며 “(델타 변이에 감염되는) 집단은 주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주에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의 전염병학 전문가 빌 헤너지 박사는 “사실상 모든 곳에서 (델타 변이) 감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델타를 두고는 (전 세계가) 시끄럽지만 아주 큰 경고음을 울릴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나 다른 변이보다 위험한 이유는 높은 전파력 때문이지만 백신을 맞은 경우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단순히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보다는 연령과 상황에 맞춰 백신 접종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접종 시작은 빨랐지만 접종 대상을 연령대 별로 엄격히 구분했던 영국을 예로 들었다. 노년층 접종을 우선하면서 가장 취약한 연령층은 보호했지만 사회적 활동이 가장 왕성한 젊은층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웰컴생어 연구소의 제프리 배럿 국장은 “실질적인 감염 패턴은 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인구에 집중돼 있다”며 “영국에선 거의 모든 젊은 층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NBC뉴스도 미국의 젊은 미접종자들이 코로나에 감염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환자실에 들어가거나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불안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데이터는 분명하다. 만약 당신이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심각하게 아파지거나 숨지거나 (델타 변이를) 전염시킬 위험에 놓여있다는 것”이라며 델타 변이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교차접종이 시작된 5일 서울 관악구 민방위교육장에 개소한 제2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분주작업을 하고 있다. 2021.7.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