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3남매 경영 어떻게 되나

델타항공 도움으로 KCGI의 경영권 위협서 한숨 돌려

조현아 복귀 여부 관심…집유-벌금 그쳐 가능성 제기

델타항공 가세로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의 경영권 위협에서 한숨 놓게 된 한진그룹 3세 경영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이목이 쏠린다.

관심사는 조현민 한진칼 전무에 이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할지 여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남매 갈등을 봉합하고자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을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복귀시켰다.

비판여론을 무릅쓰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관계에 따라 나뉜 한진그룹 내부 파벌을 껴안고 우호군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 때문에 법정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조현아 전 부사장도 조만간 경영복귀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선고 공판은 다음달 2일 예정됐다. 검찰 구형은 벌금 1500만원이다. 이대로 선고가 이뤄지더라도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의미다.

밀수혐의로 기소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1심 재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실형이긴 하지만 구속은 모면했다.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 계열사는 전과 등 사안으로 임원에 재한을 두는 규정이 없다. 내달 2일 불법 가사도우미 고용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아도 경영복귀는 가능하다.

조원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2.34%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보유 지분 17.84%는 산술적으로 현아·현민 자매와 3.96%씩 나눠 상속받아야 한다.

나머지 5.94%는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몫이다.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에 나선 KCGI의 지분율은 15.98%다. 상속분을 더한 조원태 회장 단독 지분율은 6.3%로 사주일가 도움 없이는 경영권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어렵다.

여론의 십자포화와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 강화 등 위험 요인에도 조현민 한진칼 전무 복귀를 결정한 것은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같은 판단을 근거로 복귀를 결정할 수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일선에 돌아온다면 호텔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개관한 LA 윌셔 그랜드센터는 호텔을 그룹 주력 사업으로 키우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 요청을 고 조양호 회장이 받아들여 2014년 재건축이 결정됐다.

땅콩회항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호텔·레저사업을 총괄한 바 있다.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물벼락 갑질 파문으로 무산되긴 했지만 지난해 3월에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경영복귀를 꾀했다. 일련의 전례를 감안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호텔사업을 맡고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가능성이 높다.

주력인 항공과 그룹 경영을 조원태 회장이 총괄하며 조현아·현민 자매에게 일을 맡기면 내부에 나뉜 파벌을 껴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달리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각종 혐의로 실형을 받은 만큼 성급한 경영복귀가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이를 이유로 일각에서는 시점을 고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델타항공은 일종의 백기사여서 조원태 회장은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다. 델타항공이 계획대로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리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제외해도 조원태 회장 우호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0% 이상에 달한다.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돌아오며 여론비판이 거세졌는데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복귀까지 성급히 결정하면 국민연금 개입 등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 유언도 있어 조현아 전 부사장 복귀가 점쳐지지만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적으로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자숙기간을 거쳐 예상보다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家 3남매. 왼쪽부터 조원태, 조현아, 조현민(뉴스1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