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스크 400억원 계약의 미스터리 ①

390억원에 이르는 마스크 납품 계약서

한국 업체에 마스크 5억장 주문…계약 대행업체 ‘이상한 공문’ 제공

분쟁 중인 양 단체 명의-주소 ‘짜집기’…마스크업체, 법적대응 나서

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분쟁으로 2개 단체로 양분돼 법정 소송을 벌였던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미주상공인총연)의 명의가 도용돼 한국에서 400억원에 이르는 허위 계약이 이뤄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주상공인총연 강영기 전 회장 등에 따르면 한국 군산의 마스크 제조업체인 A사가 “미주상공인총연의 의뢰를 받은 계약 대행업체인 경기도 B사와 마스크 5억장 수출 계약을 맺었다”면서 “B사가 계약 이행금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아 돋려주지 않고, 계약금인 78억원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법적 대응을 경고하는 편지를 미국 뉴욕의 총연 사무실로 보내왔다.

강영기 전 회장은 본보에 “A사가 보내온 미주상공인총연 명의의 계약서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지만 주소는 김선엽 전 회장의 뉴욕 사무실로 돼 있다”면서 “누군가가 내 명의를 도용해 허위로 계약서를 만들어 한국 마스크 제조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영기 전 회장과 김선엽 전 회장은 미주상공인총연의 명칭 사용 등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인 당사자이고, 법원은 결국 김선엽 전 회장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 전 회장측 단체는 지난 5월 후임 회장으로 황병구 현 회장을 선출했으며 김 전회장은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마스크 계약서에 따르면 미주상공인총연이 보내왔다는 공문에는 강영기 회장의 명의가 적혀있지만 사무실 주소는 강 회장의 텍사스 주소가 아닌 김선엽 회장의 뉴욕 주소가 기재돼 있다. 또한 미주상공인총연의 영문 이름 중 ‘Commerce’라는 철자를 ‘Comimer’로 잘못 표기하는 등 조잡하게 작성돼 있다.

강영기 전 회장은 “계약서에 찍힌 직인도 내가 원래 사용하던 것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위조품”이라면서 “누군가 나를 음해하기 위해 이같은 짓을 벌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마스크 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11월 25일 미주상공인총연의 의뢰를 받았다는 B사의 대표 K씨가 덴탈마스크 5억장을 장당 78원씩, 총 390억원에 납품해달라고 요청해 계약을 맺었다”면서 “총연 명의의 계약서와 각종 공문도 K씨를 통해 받았으며 미국에 수출하기 위해 선적 보증금 등이 필요하다고 해서 4000만원을 K씨에게 지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2월 20일까지 지급될 예정이었던 78억원의 계약금이 입급되지 않아 이미 생산에 들어간 마스크 처리 등으로 추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A사 측의 설명이다. A사 측은 “3월 6일 K씨와 협의를 통해 3월25일까지 78억원을 입금해준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결국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K씨는 이후 신병 치료 등을 이유로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이에 A사는 미국 뉴욕의 김선엽 전 회장 사무실로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법적 서류를 우송했고, 김 전 회장 측은 강 전회장에게 “아직 소송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의 명칭 사용 중단 명령에도 불구하고 한국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며 소장을 보내와 이번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황병구 현 미주상공인총연 회장은 기자에게 “누군가 총연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에 의한 국제적 사기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강영기 전 회장의 명의와 김선엽 전 회장의 주소를 도용한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스크 제조업체인 A사는 계약 대행업체 B사의 K대표에게 예치금 4000만원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며 군산경찰서에 K대표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본보는 회사 및 개인 전화, 회사 이메일 등을 통해 K대표를 접촉했지만 응답을 듣지 못했다.

▶ 2편에 계속

이상연 대표기자

강영기 전 회장의 직인이 찍힌 공문. 마스크 계약서에 찍힌 직인과 전혀 다른 것이다. /강영기 전 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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