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대인 사회, 코로나에 붕괴 위기

7천명 감염돼 600명 사망…1000명당 6명 숨져

뉴욕 브루클린 인근 유대인(Hasidic·유대교 경건주의 운동) 밀집 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게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 보도했다.

NYT는 이날 ‘대규모 전염병: 유대인 가정 코로나19 직격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뉴욕주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대인 7000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최소 600명이 숨졌다. 뉴욕 유대인(110만명) 1000명 중 5~6명 꼴로 병에 걸린 셈이다. 사실상 지도자 역할을 하는 랍비(유대교의 율법학자)도 여럿 목숨을 잃었다.

외삼촌과 할머니, 사촌 2명이 확진됐다는 유대인 슐림 라이퍼(34)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가정이 단 한 곳도 없다. 성서 속에 나오는 대규모 전염병 같다”고 말했다.

라이퍼는 “큰 외삼촌과 옆집, 맞은편에 살던 이웃이 일주일 새 모두 세상을 떠났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NYT는 유대인 사회의 피해가 유독 컸던 이유로 크게 3가지 요인을 꼽았다. 빈곤율이 높아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기 힘든 데다, 자녀와 부모, 조부모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전통 탓에 한 가정 내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순식간에 일가족 수십명이 감염됐다는 것이다.

또 세속적인 권위를 부정하는 탓에 주정부의 ‘자택 대기 명령’을 거부한 채 결혼식과 예배를 강행했고,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믿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특히 “많은 유대인들이 유대교 회당(synagogue) 폐쇄를 ‘종교 박해’로 받아들여, 주정부 방침에 반기를 듦으로써 정체성을 지키려 했다”고 수잔나 헤셀 다트머스대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디시어(유대인 언어) 작가 마이어 라빈은 이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외출을 못하면 누워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면 되는 일반 뉴욕 시민들과 달리, 개인적 오락거리가 일체 차단돼 있는 유대인들이 감수해야 할 희생이 훨씬 컸다는 것이다.

라빈은 NYT에 “뉴스와 정보, 오락 등 모든 삶이 공동체 단위로 이뤄지고, 하루 3차례 예배가 유일한 사회 활동인 유대인들에게 집 밖에 나가지 말라는 건 외부와의 통로를 모두 차단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다른 지역사회와 매우 다르다. 넷플릭스도 TV도 없다”고 말했다.

뉴욕 센트럴 시나고그/위키미디어 자료사진 Author Beyond My 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