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블랙아웃’, 변전소 폭발이 원인

뮤지컬·콘서트 공연 취소…도로 신호등도 꺼져

뉴욕시장, 선거운동하러 아이오와주 외유 ‘눈총’

지난 13일 뉴욕 맨해튼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으로 변전소 폭발이 지목되고 있다. 공교롭게 뉴욕은 42년 전인 지난 1977년 같은 날 변전소 낙뢰로 유사한 정전 사태를 겪었다.

14일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47분쯤 전기가 끊겼다가 밤 10시쯤부터 서서히 전력이 돌아오기 시작해 자정 무렵 완전히 회복됐다고 전했다.

뉴욕 전력회사 콘에디슨은 이번 정전사태의 원인으로 서부 49번가에 있는 변전소를 지목하며 6개의 전력 부문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존 맥어보이 콘에디슨 회장 겸 CEO는 “기계적인 결함 문제”라고 주장하면서도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정전이 “사이버공격이나 물리적 테러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며 테러 가능성을 일축했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한 변전소에서 발생한 폭발과 화재가 다른 변전소들에 전력 손실과 고장을 일으키면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쿠오모 지사는 WABC-TV와 인터뷰에서 “일단 이 응급사태가 지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알고 싶다”며 “변전소에 문제가 생긴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정전은 72번가에서 서부 40대번가까지, 북쪽으로는 허드슨강부터 남쪽 5번가까지 이어졌다. 브로드웨이가 있는 미드타운과 링컨센터가 있는 어퍼웨스트사이드 일대에서는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돼 큰 혼란을 빚었다.

정전으로 인해 신호등이 꺼지고 지하철은 운행이 중단됐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어두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일대는 한때 교통체증을 빚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맨해튼 길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 © AFP=뉴스1
소방당국은 이날 정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긴급 신고가 900여건 들어왔다고 전했다. 경찰도 정전 피해 지역에 기동대원 16명을 포함, 400여명이 추가 파견돼 엘리베이터 구조작업에 동원됐다.

식당과 술집에 있던 사람들은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불빛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전으로 카드결제가 불가능하자 일부 식당에서는 현금이 없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자율결제 시스템을 운영했다.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가수 제니퍼 로페즈의 콘서트도 중단돼 팬들의 원성을 샀다. 공연을 시작한 지 겨우 5분여 만에 갑자기 마이크와 조명이 모두 꺼졌고, 관객들은 예비전력이 들어오고 나서야 공연이 이틀 뒤로 미뤄졌다며 퇴장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정전 사태 당시 아이오와에서 대선 선거운동 중이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쿠오모 지사는 “시장처럼 중요한 사람은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CNN에 “중요한 건 통제 키를 잡고 모든 것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라며 “시장이나 주지사 정도 되면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다닌다”고 해명했다.

콘 에디슨 존 매카보이 CEO가 정전사태 해결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Con Ediso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