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83호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애틀랜타 K 뉴스를 시작하고 한달쯤 지난 6월초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다짜고짜 “나, 송준희요”라고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상대방은 “당신이 조선일보 있다가 나와서 인터넷 신문 하는 사람인가?”라고 물었습니다.

지역 신문사에 있을 떄 안면이 있던 전직 한인회장이어서 정중히 인사를 했더니 “당신 만드는 인터넷 뉴스가 히트야, 여기 같이 계시는 조중식 회장님께 좋다고 소개하면서 전화 한번 했어”라고 말했습니다. 호프웰 조중식 회장과 한 동네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두 분이 같이 식사하다가 생각이 나서 격려 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느닷없고 일방적인 반말 전화였지만 웬지 기분을 좋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간혹 전화를 하시고 행사때 만나면 어깨를 꼭 잡고 이것 저것 한인사회 돌아가는 일을 말씀해 주시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19일 한인회관에서 열린 전직 한인회장 초청 간담회. 김백규 전 회장과 만나 악수하며 안부를 나누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더니 “이 사람, 참 동작 빨라”하며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예전에 두 분이 조금 어색한 일이 있었던 것을 의미하셨을 겁니다. 김 전회장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김 전회장에게 “나처럼 건강을 지키려면 운동을 하라”고 조언까지 하셨답니다.

21일 토요일 오전에도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내일(22일) 열리는 한인회관 공청회에 가고 싶지만 예정된 일이 있어서 가족들과 함께 텍사스에 다녀와야 한다”면서 “한인회관 처리 문제가 중요하니까 당신이 끝까지 잘 듣고 싸우는 사람있으면 말리고, 잘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지켜봐”라고 당부했습니다.

이 전화가 걸려온지 약 6시간 뒤인 오후 5시 30분, 그가 운전하던 차량이 맞은 편에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으로 전력질주 해오던 미니밴과 정면충돌했습니다.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송회장님과 부인, 막내 딸이 모두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황망과 비통이라는 표현밖에 지금 심정을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가능하면 애틀랜타한인회장으로 장례를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