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74호

총영사관과 허리케인 ‘도리안’

한인 신문사인 조선일보에 근무할 때 농담삼아 “우리 신문과 총영사관의 공통점은 미국 휴일과 한국 휴일에 모두 쉰다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한국휴일에 다 쉬는 것은 아닙니다. 신문사는 추석과 설날에 컨텐츠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쉬는 것이고, 총영사관은 정부 규정에 따라 3.1절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4번의 한국 국경일에 휴무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국 휴일의 경우 총영사관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올해는 새해 첫날(New Year’s Day)과 MLK데이(1월21일), 워싱턴생일(2월18일), 메모리얼데이(5월27일), 독립기념일(7월4일), 노동절(9월2일), 컬럼버스데이(10월14일), 베테랑스데이(11월11일), 추수감사절(11월28일), 크리스마스(12월25일) 등에 쉬는 것으로 나와있습니다.

가끔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총영사관이 전화를 안받는다고 불평을 전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한국 휴일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휴일에 민원 문의를 하려던 한인들입니다. 총영사관이 이런 날에는 “휴일이라 전화를 받지 못한다”는 음성 메시지라도 녹음해 들려주면 좋으련만 평소와 같은 안내 메시지만 나오는 것이 원인입니다.

이번 주말은 대부분 한인이 알고 있는 노동절 연휴여서 이런 문제는 없겠지만 초강력 도리안이 애틀랜타총영사관 관할 지역을 향해 접근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총영사관 홈페이지에는 휴무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 29일 오전 “도리안이 플로리다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으니 동포들은 각별히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공지를 끝으로 업데이트가 없습니다.

도리안은 1일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격상된 상태이고 진로가 바뀌어 플로리다는 물론 조지아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지역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지아주 해안 6개 카운티 주민들은 모두 대피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해당 지역에는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고 있는 사바나도 포함됩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이미 비상사태 선언과 함께 대피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물론 총영사관의 마지막 공지에는 비상시 연락전화 번호가 있습니다. 하지만 허리케인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르는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 한인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휴일이라 전화를 받지 않는 총영사관을 대신해 한인 신문사에 문의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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