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56호

분열하는 한인사회, 답이 없다

요즘 잘 쓰이는 말 가운데 ‘노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해결책이 없어서 답답한 사람이나 상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보면 정말 ‘노답’이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납니다.

지난 26일 애틀랜타한인회 선관위 기자회견장. 차기 선거 규정을 발표하는 이 자리에서 한인회에 의해 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된 사람이 연이어 현 한인회장을 비난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한 예비후보를 두고 “그 사람은 안된다”고 말했다는 것이 비난의 이유였습니다. “TV 카메라에 발언이 모두 녹화되고 있다”고 했지만 비난은 이어졌습니다.

선거는 투표 결과로 심판받는 것인데 특정 인사의 출마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물론 옳은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자리에서 있었던 발언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며 비판하는 것도 그리 옳은 행동은 아니지 않을까요?

게다가 선관위는 한인회장 출마 자격을 새로 정했다며 “80세 이상은 출마하지 못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한인사회에 젊은 피를 수혈해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기자들이 고령을 이유로 어떠한 차별도 하지 못하게 하는 미국 법률을 거론하자 “법률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한인사회를 바꾸기 위해 필요하다”는 황당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왜 80세일까요? 80세 이하면 세대교체와 젊은 피 수혈이 가능한 것이지 궁금합니다. 공교롭게도 출마를 타진하고 있는 다른 인사의 나이가 81세입니다. 오이밭에서는 신발끈도 고쳐매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딱 오해받기 좋은 규정입니다. 개인적인 자리가 아니라 선관위라는 ‘자리’를 이용한 출마방해로 읽혀질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새 한인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라는 애틀랜타한인회관을 어떻게 운영해 수익을 만들어낼지 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트럼프 정부의 이민단속으로 히스패닉계 등을 대상으로 한 대관수입이 급감하는 바람에 최근 몇달간은 전기요금 납부도 힘들었다고 합니다.

선거가 시작도 안됐는데 벌써 우왕좌왕하며 편가르기를 하는 듯한 양상입니다. 출마를 원하는 인사가 있다면 하루 빨리 출사표를 던지고 한인회관 운영계획을 포함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모든 선거에는 후유증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뒤에서 “출마할테니 도와달라”며 돌아다니지만 말고 빨리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한인사회의 편가르기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대표기자

One thought on “[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56호

  1.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사람이
    선거관리인들과 자리를 먼저 가졌다면
    선거법 위반이 되는 조항도 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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