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49호

 트럼프와 폭스뉴스

그제 민주당 초선 여성의원 4인방에 대해 “너희들 나라로 돌아가라”는 백인우월주의적 트위터를 날려 집중포화를 받고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잘못 둔 ‘악수’에 오랜만에 고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어제는 ‘알 카에다를 칭찬하고 이스라엘을 혐오하는 사람들”이라거나 “공산주의자”라는 비난까지 했지만 그 톤에 확실히 힘이 빠져 있었습니다.

공화당의 전략가들도 트럼프가 처음부터 논점을 잘못 잡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폭스뉴스는 이들의 말을 인용해 “여성 4인방을 민주당의 얼굴로 키워서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전략 자체는 좋았지만 공격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면서 “처음부터 이들의 극단적인 사회주의 성향을 드러내야 했는데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감정만 실어서 오히려 민주당이 단합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의 ‘지도’를 충실하게 따라서인지 이런 내용의 트윗을 계속 올렸지만 이미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서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폭스뉴스의 백악관 출입기자와 트럼프가 이 문제를 놓고 목소리를 높여 언쟁하는 동영상까지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사실 폭스뉴스는 아버지 루퍼트 머독으로부터 최근 경영을 위임받은 라클런 머독이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친 트럼프 노선에서 조금씩 탈피하고 있습니다. 라클런은 트럼프가 그렇게 싫어하는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을 이사로 영입해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사회자와 패널을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인물들로 교체하고 버니 샌더스 등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타운홀미팅도 중계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최근 “폭스뉴스가 가짜뉴스인 CNN보다도 더 나쁘다”고 불평을 터트리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폭스뉴스는 여전히 보수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트럼프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반대자들의 격렬한 비난이 아니라 자신의 확실한 우군이라고 믿었던 폭스뉴스 등 지지기반의 달라진 반응 때문입니다. 폭스뉴스가 앞으로 트럼프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잘 관찰하면 미국 보수층의 움직임이 보일 것 같습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