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43호

인어공주는 원래 백인?

어제 디즈니의 실사판 ‘인어공주’ 영화의 주인공으로 흑인 R&B 듀오의 멤버인 할리 베일리가 발탁됐다는 뉴스가 CNN 등 미국언론에 나와 이를 번역해 소개했습니다.

사실 기사 제목을 저도 모르게 ‘흑인 인어공주 탄생’ 정도로 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도 백인 위주의 인종관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베일리가 애틀랜타 출신이라는 사실을 찾아내 결국 기사 제목을 ‘애틀랜타 출신 인어공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가상의 존재이자 물고기에 가까운 인어공주에 정해진 인종이 어디 있겠습니까. 백인들이 만들어온 문화 상품에 길들여져 ‘인어공주는 백인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한국 언론의 기사를 보니 한술 더 떠서 “흑인 인어공주 선정 논란”이라는 제목이 주를 이뤘습니다. 미국 언론 가운데 이런 논란을 제기한 곳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기사를 읽어보니 ‘반대하는 미국 네티즌들이 많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반대의견을 소개한 사이트도 ‘인종주의적 편견’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BET(흑인 케이블채널) 정도였습니다. 미국 네티즌들의 반응까지 찾아내서 소개한 한국 언론의 정성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애틀랜타 흑인 주부가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통하는 남부연합기를 자랑스럽게 달고 나타난 공사업자를 해고한 기사도 소개해드렸습니다.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으로서 같이 분노하며 공감할만한 내용입니다. 저희 동네에도 주변 담장에 커다란 남부연합기를 그려놓은 집이 있는데 지날 때마다 혈압이 오를 지경입니다.

과거에 매여 변화하는 세상을 이해못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이 앞장서서 ‘흑인 인어공주가 문제’라는 식의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부터 통렬히 반성해야 할 사항이라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대표기자

One thought on “[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43호

  1. 이상연의 짧은 생각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짧은 생각 인듯 하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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