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24호

트럼프의 맨머리

미국 최대 기독교 교단인 남침례총회(SBC), 그중에서도 국제선교회(IMB)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핵심기관입니다. 불과 35세의 나이에 이 기관의 회장을 맡아 화제가 된 인물이 바로 데이비드 플랫(David Platt) 목사입니다.

1978년생인 플랫 목사는 애틀랜타 출신으로 조지아대(UGA) 학부를 마치고 뉴올리언즈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26세때 앨라배마 버밍햄의 대형교회 브룩힐스 담임을 맡았습니다. 미국 메가처치 담임목사로는 최연소 기록을 세운데 이어 2014년에는 IMB 최연소 회장이 됐습니다.

공무원으로 치면 20대에 장관이 되고, 30대에 총리가 된 셈입니다. 게다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남침례교단에서 이렇게 승승장구를 했으니 놀랄만한 일입니다. 그는 지난 2017년 9월 워싱턴 DC 근교의 매클린 바이블 교회(MBC)의 담임목사로 부임해 지금까지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 주일예배 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교회에 예고없이 나타나면서 미국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선 아침 일찍부터 골프 라운딩을 마친뒤 모자를 쓰고 나타난 트럼프가 플랫 목사의 기도를 받으려고 모자를 벗었는데 유례없는 ‘맨머리’가 공개돼 난리가 났습니다. 평소 헤어스타일을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기며 자랑스러워했던 그가 아무런 꾸밈없이 모자를 벗었기 때문입니다. 구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머리 모양에 인터넷이 뒤집어질 정도였습니다.

또 6월2일은 바로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등 보수적 복음주의(conservative evangelical)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기도일’로 선포한 날입니다. 지난 2016년 선거에서 백인 복음주의자의 80%는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동성애와 낙태 등의 문제에서 완벽하게 트럼프와 공화당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40세 밖에 안된 목사 앞에서 모자를 벗고 기도를 받는 모습을 보니 그 말을 믿어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는 18일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집회를 갖고 재선 출마를 공식선언하기 앞서 하나님 앞에 회개할 것이 많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독교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사랑과 겸손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되새겼으면 합니다. 표를 얻기 위해 계산된 움직임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 앞에 겸손해 보였던 그 모습이 조금이라도 진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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