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누구를 위한 코리안페스티벌인가?

이상연의 짧은 생각

애틀랜타한인회가 오는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2021년 코리안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각종 코리안페스티벌의 개최 목적은 누가 뭐래도 한국의 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리고, 한인들의 단합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인회가 발표한 코리안페스티벌 기획과 내용을 보면 이러한 목적에 맞게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보다는 ‘안하면 안되니까 한다’는 측면이 엿보입니다. 한인회 조차도 “올해 개최하지 못하면 내년 축제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고심 끝에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대회가 한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준비위원회 등 조직이나 자원봉사자도 없이 한인회장이 대회장을 맡아서 ‘1인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임 회장단이 4만달러를 후원하고 부스 판매 등을 통해 15만달러의 예산을 마련한다고 하는데 회장단이 준 돈은 6000달러가 전부이고, 부스 판매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세부 행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구체적인 계획 및 주관단체가 정해지지 않았고, 그나마 개막공연을 한다고 발표한 5명의 지역 국악인 가운데 2명은 22일 “참가 약속도 안했는데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한인회와 이를 그대로 보도한 한 한인신문에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국악인 1명도 기자에게 “한국에서 100명 넘는 공연팀이 온다고 하는데 왜 나를 포함시켰는지 모르겠다”며 공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예산 부족과 졸속 준비가 뻔한 상황인데도 왜 코리안페스티벌을 열어야 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집니다. 정말 누구를 위한 코리안페스티벌입니까? 우려했던 대로 허술한 페스티벌이 열린다면 한국 문화를 알리는 효과 보다는 한인사회가 망신을 당하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또한 한인 비즈니스와 단체들을 대상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는 모양인데 결국 ‘델타변이 때문에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발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후원금은 되돌려주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이같은 내용을 검증하지도 않고 한인회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하는 관행도 문제입니다. 본보가 지난달 “9월 코리안페스티벌 때 열릴 예정이었던 어가행렬이 무산됐다”고 보도하자 한인회장은 “이미 한국 공연팀을 위해 항공기 티켓도 모두 예약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오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가행렬은 11월 김치축제로 연기됐다고 합니다. 코리안페스티벌이 아닌 김치축제에 왜 어가행렬을 하는지, 이미 예약해놓은 티켓은 어떻게 됐는지, 가두행진을 위해 당국에 협조는 구했는지 등에 대해 질문도 하지 않고 이같은 주장을 앵무새처럼 옮겨적는 것이 과연 올바른 저널리즘인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