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난리의 한 가운데서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 155호

 

정말 난리입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미국 사회는 지난 10일간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와 경악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이 “감기만도 못한 병”이라고 우습게 여겼던 코로나 바이러스에 11년을 달려왔던 경제도, 세계 최고라고 여겼던 과학과 의료 기술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역사는 앞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입장에서도 이만한 대란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매시간, 심지어 매분이 ‘브레이킹 뉴스’의 연속입니다. 분석 기사를 쓸만한 시간도 없이 스트레이트 기사가 연속으로 터져서 하루 종일 자판을 치느라 손목에 티눈이 박힐 정도입니다. 새벽 5시까지 기사를 쓰고 있지만 여전히 소화해내지 못한 로컬과 미국기사가 천지입니다. 그래서 ‘짧은 생각’도 며칠간 빼먹는 태만을 부리고 말았습니다.

다른 미디어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뉴스에 대한 갈증이 커진 때문인지 이용자가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지난주에 2배 가량 늘어나더니 이번 주에는 평소의 3배가 넘는 분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사를 올리면 순식간에 읽어주시는 독자들 덕분에 기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화요일마다 출연하는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에서 ‘재난 시기 언론의 역할’에 대해 실컷 설교를 하고 온 죄로 언론의 소명을 다하느라 게으름을 부리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뉴스에 대한 관심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사회 역시 건강하지 못한 사회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즈니스와 실직 위기에 놓인 직장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지금같은 때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입니다. 또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론도 함께 어려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한인 언론도 다른 사회조직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전과 후로 구분될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 사태가 언제까지 가겠느냐”는 것입니다. 저도 정답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아직 최고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2만명은 넘었고 5만명을 쉽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점을 넘어서면 급속도로 진정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진정 국면에서 다른 어려움도 있겠지만 고비를 넘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미국의 어둠은 아직 최고로 깊지 않습니다. 이런 어둠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공동체 의식과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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