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굳이 ‘우한 코로나’라고 쓰는 사람들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151호

 

애틀랜타한인회가 배포하려던 코로나19 예방수칙 포스터가 한국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이 제작한 것이었다고 어제 소개해드렸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작해 배포한 포스터도 많은데 하필이면 특정 정당의 포스터를 굳이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공식명칭인 ‘코로나19’가 아니라 ‘우한 코로나’라는 명칭을 사용한 포스터를 택한 이유가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5년부터 새로운 전염병의 이름을 지을 때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 이름을 병명에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해당 지역이나 개인에 미칠 부정적 영향, 즉 낙인효과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예전에는 스페인 독감, 에볼라 바이러스, 돼지 독감 등 지역과 동물 이름을 붙이는 것이 흔했지만 지금은 바이러스의 특성 등에 착안해 공식 명칭을 붙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모양이 왕관(corona)과 비슷해 붙여진 것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국제 명칭인 COVID-19은 Corona 의 ‘CO; Virus 의 ‘VI’, Disease(질병)의 ‘D’에 발생연도인 2019의 ’19’를 합성해 만든 것입니다.

이를 한국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부르기로 했고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는 Novel Coronavirus Disease 또는 Coronavirus Disease 2019라고 부릅니다.

처음 이 질병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나타났고 증상이 폐렴으로만 알려져서 우한 폐렴이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것이 확인되면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지역에 대한 낙인효과와 세계기구 및 각국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우한폐렴의 ‘우한’과 코로나바이러스의 ‘코로나’를 합성해 ‘우한 코로나’라고 부르는 2개의 조직이 한국에 있습니다. 바로 미래통합당과 조선일보입니다.

이들이 굳이 우한 코로나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정책을 펴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을 방치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려는 목적 때문일 것입니다.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담긴 고집이라고 봐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명칭을 미국에서도 그대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으로 인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각해진다고 말하면서도 아시아 지역에 대한 차별적인 용어를 굳이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나는 한인이니까 중국계를 공격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이렇게 센서티브한 이슈에 둔감해서야 되겠습니까. 한마디로 이런 사람들은 인종차별은 물론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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