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원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별세

정관계 뒤흔든 ‘박연차 게이트’ 주인공…이광재·김태호와 ‘악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사진)이 31일 오후 병환으로 별세했다. 태광실업은 자사 창업주인 박 회장이 지병인 폐암 때문에 그간 서울 삼성병원에서 꾸준히 치료에 전념하다 31일 오후 3시 병환으로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향년 75세.

박연차 회장의 빈소는 경남 김해시 소재 조은금강병원에 마련되며, 장례는 고인 및 유족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정치권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관계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박연차 정관계 로비사건)의 주인공으로, 노 전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를 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인은 참여정부 시절 정·관계 인사에게 수십억원의 금품을 건네고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끝에 2014년 2월 출소했다.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7월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였다.

이를 통해 노무현정부 당시 세종증권 매각 및 휴켐스 헐값 매각 과정에서 정관계에 거액의 뇌물이 전달되고 세금포탈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은 주요 정관계 인사들로 확대됐고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와 고인이 구속되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그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고, 가족들에 대한 수사로까지 확대된 이후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과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친노 핵심 인사인 이광재 전 지사는 고인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돼 도지사직을 상실하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이후 지난해 12월에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현재 이번 21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복귀해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하는 한편 출마도 검토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도 고인과 악연이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무총리로 지명됐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고인을 모른다고 부인했다가 결국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고 낙마했다.

대선주자급이던 김 전 지사 역시 오래 정치를 떠나 있다가 이번 4·15 총선에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에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고인은 2014년 출소 이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살아온 탓에 이후로는 정치권에서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친노 진영의 한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돌아가신 분께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