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살해 혐의 한인 여교수 ‘코로나’로 석방

법원, 박고운씨 보석금 28만5000달러로 감액

“코로나19으로 항공기 이용한 도주우려 감소”

변호인단 “남편이 신분문제 등으로 지속 협박”

경찰, 현장서 남편 살해후 자살계획 노트 발견

 

남편을 결박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본보기사 링크)된 한인 여교수 박고운씨(41)가 지난 26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디모인 레지스터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댈러스카운티 법원의 마이클 제이콥슨 판사는 지난 23일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박씨의 보석금을 기존의 500만달러에서 28만5000달러로 크게 감액하도록 허용했다.

제이콥슨 판사는 이같은 결정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난 2주간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제한이 크게 강화돼 피고가 항공기를 이용해 도주할 우려가 감소했다”고 명시했다. 제이콥슨 판사는 지난 13일 열린 심리에서는 보석금 감액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또한 제이콥슨 판사는 이날 “법원은 공공의 안전과 박씨의 건강보호에 균형을 맞추기를 원한다”면서 수감중인 박씨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심리에서 박씨가 전과는 물론 체포된 기록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던 제이콥슨 판사는 이날 “피고가 공중에 대한 위협을 가하지 않고, 도주 우려도 없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박씨의 변호사인 지나 메시머는 23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구치소 방문이 금지돼 피고의 법적인 변호권이 크게 제한됐다”면서 “피고는 500만달러의 보석금을 낼 수 없으니 금액을 낮춰서 석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댈러스카운티 제닌 리치 검사는 “댈러스카운티 구치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으며 변호사와의 대면 인터뷰는 오히려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반박했지만 판사는 결국 변호인단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박고운씨는 지난 2000년 미국으로 유학해 2010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녀는 뉴욕시립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2015~2017년 뉴욕대 겸임교수로 근무했다.

지난 2017년 아이오와주 심슨칼리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임용된 박씨는 지난해 9월 돌연 2020학년도가 끝나면 학교를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박씨의 변호인단은 “숨진 남편이 박씨의 체류신분과 대학 재직 문제를 빌미로 지속적으로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시민권자인 남편을 통해 임시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슨칼리지는 “박씨의 채용과 함께 H-1B비자를 스폰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씨의 변호인단은 이후에도 남편의 협박이 이어졌다며 “그녀는 심각하고 끈질긴 가정 학대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리치 검사는 박씨가 결혼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학에서 미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은 “심슨칼리지 동료 교수 중에 1명이 박씨의 결혼식에 참석했고 다른 1명은 이들 부부와 교류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한국에서 자란 박씨의 문화적 차이를 변론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박씨의 석방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었다.

한편 경찰은 사건 당일 현장에서 남편의 사망이후 자살을 계획했던 박씨의 노트를 발견해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고운씨(가운데)의 변호인이 변론하고 있다. /Des Moines Register 동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