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잠 못자면 뇌졸중·인지저하 위험 증가”

연구팀 “깊은 수면 10%포인트 감소→뇌 노화 2.3년 가속”

수면 무호흡증으로 깊은 잠이 줄어들면 뇌졸중·알츠하이머병·인지기능 저하 등과 관련된 뇌 지표인 ‘백질 과집중'(WMH : white matter hyperintensities)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시간
수면시간 [최자윤, 정연주 제작] 사진합성 일러스트

미네소타주 로체스터 소재 메이요 클리닉의 디에고 커발로 박사팀은 11일 미국 신경과학회(AAN)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서 수면 인자와 뇌 기능에 중요한 물질인 뇌 백질 건강 상태의 관계를 분석,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커발로 박사는 “초기 뇌혈관 질환의 징후인 백질 과집중은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수면 무호흡증과 수면 장애가 이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런 변화의 발생이나 악화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말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평균 연령 73세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환자 140명의 뇌를 검사하고, 수면 실험실에서 자는 동안 깊은 잠을 자는 시간 등 수면 상태를 측정, 수면의 질이 뇌 백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참가자들은 34%가 경증, 32%는 중등도, 34%는 중증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었고 연구 시작부터 완료 시점까지 치매 발병은 없었다.

뇌 구성 물질은 회백색(회백질)과 백색(백질)으로 구분된다. 회백질은 사고 기능을 담당하고 백질은 회백질과 회백질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로 정보전달 통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질 과집중은 나이가 들거나 고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나타나는 병변으로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인지기능 저하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이 ‘비렘 수면'(non-REM) 또는 ‘깊은 수면’으로 불리며 수면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는 ‘서파수면'(slow-wave sleep) 시간을 측정한 결과 서파수면 비율이 10%포인트 감소할 때마다 백질 과집중이 노화가 2.3년 빨라지는 것과 맞먹을 만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무호흡증 증상의 강도도 백질 과집중에 영향을 미쳤다. 중증 환자는 경증이나 중등도 환자보다 백질 과집중이 더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 결과는 나이, 성별, 고혈압·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뇌 변화 위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까지 고려한 것이지만 수면 장애와 뇌 변화 간 인과 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커발로 박사는 “수면 문제가 이 뇌 바이오마커에 영향을 미치는지 또는 그 반대인지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수면의 질 개선이나 수면 무호흡증 치료가 이 바이오마커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