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인회 사태, 중재위원회가 해결하자

올해 4월 개봉한 영화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Best of Enemies)’는 1971년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Durham)시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 남부에 여전히 인종분리 정책(segregation)의 잔재가 남아었던 당시 한 흑인학교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교를 잃은 흑인 학생들을 인근 백인 학교에 보내야하는지를 두고 흑백 커뮤니티가 충돌하게 되자 양측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charette)가 구성된다. 하지만 백인측 대표로 지역 KKK 단장이, 흑인측 대표로는 싱글맘 인권운동가가 나서게 되면서 중재는 커녕 전쟁에 가까운 위기상황이 펼쳐진다.

처음엔 흑인들을 사람으로조차 여기지 않고 회의장에 흑인을 비하하는 KKK 기념품을 전시하던 백인 대표는 동료 KKK단원들의 비뚤어진 행동과 흑인들의 따뜻한 도움을 경험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결국 흑백 학교 통합을 위한 최종투표일, KKK단장은 동료 단원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흑인커뮤니티 편에 서게 된다. 영화는 두 주인공이 전국을 순회하며 흑백 통합에 대한 강연을 벌이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현재 애틀랜타한인회의 소송 사태를 보면서 이 영화가 떠올라 소개한 것이다. 우선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고, 한 쪽은 다른 편을 대화상대로도 여기지 않는 흑백 커뮤니티의 모습과 이번 소송의 당사자들이 오버랩됐다. 흑인 커뮤니티가 회의 때 가스펠을 부르자 이에 맞서 KKK단 기념품을 전시하는 모습은 ‘기 싸움’으로 변한 현 한인회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하면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사실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법은 양측의 대화 밖에 없다. 이번 사태 보도후 많은 한인인사들이 “법정까지 끌고 가지 말고 그 전에 한인사회 원로들과 전문가들이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한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같은 의견을 준 인사들은 모두 한인회와 한인사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시시비비를 판단하는 ‘공’이 법원으로 넘어간 지금도 한쪽 편을 들며 ‘세칙’이냐 ‘회칙’이냐를 따지는 사람들은 사실 한인사회에는 조금도 관심 없는 부류들이다. 이들은 “법정에 가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법정에 가면 결국 한인사회에 상처만 남게 된다.

그렇다고 지금 “왜 소송을 제기했느냐”고 따져봤자, 반대로 한인회와 선관위에 비난의 화살을 쏘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현명한 해결을 위해 이런 논쟁을 다 내려놓고 대화를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전 한인회장을 비롯한 원로들과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 본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