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윤철 사태’…우리 모두가 방조자

한인사회에 온갖 오점 남기고 지난 30일 한인회장직 퇴임

비리 도려내지 못하고 비호해온 일부 한인인사들 책임 커

차기 한인회도 비슷한 잘못 저지르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지난 2년간 애틀랜타한인회와 한인사회에 온갖 오점을 남겨 온 제34대 김윤철 회장이 지난 30일 공식적으로 퇴임했다.

사실 김윤철씨는 공식 퇴임이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럽게 회장직 인수인계와 재정보고, 이사회 및 정기총회까지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씨는 퇴임하면서 차기 한인회에 코리안페스티벌 행사비용과 각종 공과금 및 재산세 미납금, 전직 한인회장 차입금 등 6만달러 이상의 부채를 넘겼다. 이같은 부채 규모도 놀라운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50년 역사의 애틀랜타한인회에 대한 신뢰를 토대부터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미주 한인이민 역사상 최악의 한인회장 가운데 한명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것이다.

현재 한인사회 원로들과 차기 한인회 집행부 등이 나서 김씨의 한인회 제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실 김씨의 이러한 ‘파행 운전’은 일찌감치 막을 수 있었던 일이다. 김씨가 지난 2년간 사기업으로 치면 배임에 해당할 수준으로 불투명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독단적으로 한인회 살림을 좌우할 수 있었던 데는 한인사회의 방조와 일부 한인인사들의 ‘김씨 감싸기’가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애틀랜타 K가 김씨의 코로나19 연방지원금 불법 사용 의혹을 제기하자 한 인터넷 매체는 의혹에 대한 검증 대신 김씨의 주장을 시리즈로 내보내며 ‘물타기’에 나섰다. 특히 일부 한인들은 “애틀랜타 K 보도 때문에 한인사회에 돌아올 보조금이 사라질 수 있다”며 연방자금의 불법 사용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전직 한인회장과 한인사회 원로 등이 “연방지원금이 나오면 갚아주겠다”는 김씨의 말을 믿고 김씨에게 자금을 융통해줬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결국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고, 이렇게 김씨에게 흘러간 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이러한 ‘비호’에 자신감을 얻은 김씨는 올해 초 귀넷카운티에서 지급된 연방지원금 가운데 3000달러를 자신에게 지급하는 등 대담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씨의 자금운용 방식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인회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는 한인회비 등이 현금으로 들어오면 이를 임의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한인회 행사의 ‘광고주’이기도 한 김씨를 간접적으로 감싼 일부 한인 언론들과 한인회와의 거래를 이유로 ‘침묵의 카르텔’에 동참해온 한인 업주들도 결국 김씨의 약속에 속아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

한 전직 한인회장에게 왜 김씨를 도와줬느냐고 물었더니 “그래도 한인회장인데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김씨의 한인회장 출마 자체를 처음부터 반대했던 다른 전직 한인회장은 “이미 20년전 한인회 사무총장을 할 때부터 비슷한 잘못을 저질러온 사람이기 때문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누구의 말이 옳았는지 자명해졌지만 이미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깊은 내상을 입고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의 상태가 됐다. 차기 이홍기 회장은 2년의 임기 동안 김씨가 벌여놓은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에도 바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차기 한인회도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한인사회의 철저한 감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