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효과…짜파구리 매출 단숨에 61%↑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편의점 판매량 급증해

농심, 유튜브 조리법 소개 “해외 마케팅 강화”

# 지난 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장 내 라면 판매대엔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다. 짜파구리 요리법이 적힌 안내판도 눈길을 끌었다. 이날 남녀노소 고객은 짜파게티와 너구리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이들은 “영화 기생충 주인공처럼 짜파구리를 먹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하자 짜파게티와 너구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우가 더해진 짜파구리를 먹는 주인공 모습을 본 영화 팬들이 마트와 편의점으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 짜파게티+너구리 매출 급증…전년대비 61% ↑

13일 GS25에 따르면 지난 10일과 11일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판매량은 전년 대비 61% 급증했다.

아케데미 시상식이 열린 10일과 다음 날 짜파게티와 너구리 구매 행렬이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틀 동안 두 제품 판매량은 전월과 비교하면 22.5% 늘었다. CU에서도 지난 11일 단 하루 짜파게티와 너구리 판매량은 전주와 비교해 각각 13.2%, 18.4% 증가했다.

짜파구리는 국내에선 익숙하다. 2009년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레시피를 온라인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이어 MBC 예능 프로그램에 아나운서 출신 김성주가 짜파구리를 직접 요리하는 장면이 나오자 다시금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 10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계 역사를 쓴 기생충의 수상 소식이 들리자 짜파게티와 너구리에 관심이 쏟아졌다. 영화 속 주인공은 짜파구리에 한우를 넣어 먹는다. 서민을 대표하는 라면이 빈부격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사용됐다. 기생충을 본 관람객 머릿속에 짜파구리가 남을 수밖에 없다.

이날 만난 50대 여성은 짜파구리가 먹고 싶다는 자녀 성화에 못 이겨 마트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짜파구리는 TV를 통해 자주 봐서 알고 있었지만, 먹어보진 못했다”며 “요리법이 간단해 쉽게 해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짜파게티와 너구리 동시 구매는 2년 만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처럼 비싼 소고기는 넣지 못해도 짜파구리만이라도 다시 먹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 농심, 11개 언어로 조리법 소개…미국 출시 검토

농심은 기생충 측에서 짜파구리 표현 사용 요청이 있었을 뿐 PPL(간접광고)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가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바빠졌다.

세계 영화 팬들 사이에서 관심이 이어지자 유튜브에 조리법 동영상을 11개 언어로 올렸다. 해외에서 짜파구리는 람동(ramen+udon)으로 알려졌다. 기생충 영어자막에 쓰인 표현이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조합을 모르는 해외 팬을 고려해 라면과 우동을 더한 단어를 썼기 때문이다.

또 농심은 미국 내 짜파구리 컵라면 출시를 검토 중이다. 현지에서 짜파구리를 찾는 문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공장이 있는 데다 현지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실제 출시 여부와 일정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거래처와 소비자로부터 짜파구리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짜파구리 열풍을 이어갈 수 있게 다양한 홍보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