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욕하더니…” 서로 따라하는 삼성-애플

갤S11 인덕션 후면 카메라 디자인 채택 예상

서로 비판하다 최신 제품에 채택해 웃음거리

 

삼성전자가 오는 2020년 출시할 ‘갤럭시S11’의 렌더링 이미지가 25일 나왔다. 해당 이미지에는 그동안 조롱받아 온 아이폰11 시리즈의 ‘인덕션’ 후면카메라와 유사한 카메라 모듈이 등장해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가냐는 반응도 제기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의 시그니처인 ‘갤럭시’ 시리즈와 ‘아이폰’ 시리즈를 공격하면서 자사 제품의 우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강하게 비판하거나 조롱했던 상대의 기능을 결국 자사 제품에 그대로 채택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유튜브에서 애플을 조롱하기 위해 진행한 인지니어스(InGenius)광고(위)와 갤럭시노트10과 출시와 함께 판매하는 USB-C 동글(아래)

◇이어폰 단자제거 조롱광고 내더니…갤노트10 출시 후 광고 삭제한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쯤 ‘인지니어스'(Ingenius)라는 제목의 애플 조롱 광고 시리즈를 유튜브를 통해 내놨다.

애플 스토어의 직원을 부르는 명칭인 ‘지니어스’를 비틀어 이름지은 ‘인지니어스’ 시리즈는 △아이폰X의 느린 롱텀에볼루션(LTE) 다운 속도 △고속충전기 미지원 △카메라 기능 등을 꼬집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슈가 됐던 ‘동글'(Dongle)편에서는 아이폰 시리즈는 3.5㎜ 이어폰 단자를 제거해 동글을 통해서만 이어폰을 쓸 수 있다며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노트10에서 플래그십 모델 중 최초로 이어폰 단자를 제거했다. 동글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며 애플을 비판했지만, 삼성전자 역시 이어폰용 동글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따로 판매하며 “결국 삼성도 그럴 것을 왜 애플을 조롱했냐”고 비판을 당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10 출시 시점에 ‘인지니어스’ 광고 시리즈도 삭제하면서 “삼성의 적은 삼성”이라는 비판과 함께 두번째 ‘역공’을 당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 출시하는 갤럭시S11에서도 3.5㎜ 이어폰 단자를 삭제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iOS13과 함께 공개한 ‘다크 모드'(애플 제공)

◇애플, 삼성 야간모드 6개월 뒤 ‘다크모드’…스타일러스 비하하다 ‘애플펜슬’도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서 지원되는 기능을 자사 제품에 채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2007년 애플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10개의 펜을 갖고 태어났는데 누가 따로 펜을 사용하겠냐”며 스타일러스 펜을 비하한 바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뿐 아니라 아이패드 등 태블릿 PC에도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갤럭시노트1’과 함께 ‘S펜’을 선보인 이래,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태블릿 PC 갤럭시 탭 시리즈 등에서 ‘S펜’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이 영역에서의 승자는 삼성전자였다. 애플은 잡스 사후인 2015년,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애플 펜슬’을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애플 펜슬의 기능을 개선한 ‘애플 펜슬2’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애플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야간모드’가 “눈의 피로를 줄여준다”며 좋은 반응을 얻자 약 6개월이 지난 지난 6월 ‘다크 모드’를 iOS13 업데이트와 함께 공개한 적도 있다.

◇”최신 기술 종류 한정…어쩔 수 없는 선택

이와 같은 라이벌 제조사들 간의 제품이 비슷해져 가는 현상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처럼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 기기에서는 선택권이 많지 않다”며 “비슷한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카툭튀’ 처럼 카메라 모듈이 돌출된 형태는 스마트폰에서 더 나은 카메라 성능을 추구하다보니 더 큰 렌즈, 더 큰 카메라 모듈을 채택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갤럭시S11도 더 나은 사진 품질을 위해 카메라 모듈이 돌출되는 디자인을 감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애플은 이어폰 단자를 제거하면서 방수 방진 기능, 얇은 두께를 확보할 수 있었다”며 “블루투스 이어폰이 대중화된 시점에 삼성전자도 이어폰 단자 제거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이지 딱히 타사를 따라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