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순찰대원에 채찍맞은 아이티인들, 소송제기

아이티 이민자 “가장 치욕스러운 경험”…비인간적 처우 등 항의

지난 9월 미국 남부 텍사스주 국경지역 델리오에서 말을 탄 국경순찰대원이 말 고삐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아이티 이민자들을 쫓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불러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이 사진 속 남성을 포함한 아이티 이민자 11명이 신체·언어 학대와 비인간적인 처우 등을 이유로 미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0일 보도했다.

사진 속에서 국경순찰대원에게 옷자락을 붙잡힌 남성은 미라르 조제프라는 이름의 아이티인으로, 델리오 난민촌에서 아내와 아이에게 줄 음식을 가져가던 중에 국경순찰대에 쫓기게 됐다.

결국 미국서 추방된 조제프는 이민자 지원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제기한 이번 소송의 소장에서 “살면서 가장 치욕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에스테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원고는 말을 탄 국경순찰대원이 자신을 거의 들이받을 것처럼 강 쪽으로 몰며 “멕시코로 가라”로 외쳤다고 말했다.

11명의 원고는 바이든 정부가 이민자들이 몰려올 것을 알면서도 인도주의적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아이티인들이 미국행을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시 미국에 가서 망명을 신청하고 대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지난 9월 델리오에선 아이티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육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오면서 한때 1만4000 명이 넘는 달하는 이민자들이 국경 다리 아래에 난민촌을 형성한 바 있다.

이중 일부는 추방되거나 멕시코로 물러나고, 일부는 미국 내 수용시설로 옮겨지면서 난민촌은 빠르게 해체됐지만, 이 과정에서 미 당국의 비인간적인 대응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특히 채찍질하는 국경순찰대원의 사진이 공개된 후 백악관과 공화당, 민주당이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고, 국토안보부는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NYT는 이번 소송의 결과와 관계없이 원고들의 진술이 국토안보부의 조사에도 쓰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