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한 공화당, “의리보다 미국이 우선”

트럼프, 주요 경합주서 뒤집기 패배 ‘쓴맛’

‘공화 주지사’ 조지아주, 바이든 승리 확정

애리조나-미시간주도 ‘믿는 도끼’에 발등

당내서도 승복론 고개…’나홀로 불복’ 고립

대선 패배 후 ‘뒤집기’를 위해 소송전까지 불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친정’인 공화당 인사들의 ‘소신 행보’로 인해 경합주들에서 잇따라 ‘불의의 습격’을 당했다.

20일 재검표를 진행한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확정하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까지 초청한 미시간주 공화당 의원들은 선거 확정 절차에 대한 ‘불개입’을 선언한 것이다.

뒤집기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등 보수 진영 내에서도 점점 고립돼 가는 모양새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벌어진 일련의 일들과 관련, “선거 패배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양쪽에서 강타당했다(twin blow)”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대선 결과를 무효화 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동료 공화당원들로부터 두 차례 가로막혔다”고 진단했다.

조지아주는 이날 바이든 당선인이 1만2670표 차이(0.25%)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는 개표 결과를 공식 인증했다.

지난 11일 시작한 수작업 재검표 끝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바뀌지 않자 이날 브래드 래펜스퍼거 주 국무장관에 이어 브라이언 캠프 주지사가 이를 확정한 것이다. 이들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득표율 격차가 0.5% 이하인 만큼 주법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측은 추가 재검표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래펜스퍼거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오늘 발표한 결과가 옳다고 믿는다”며 추가 재검표를 해도 결과가 뒤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당선인 확정 지연작전을 위한 우군 확보 차원에서 백악관에 주 공화당 의원들을 직접 불러들이기까지 했지만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됐다.

주 공화당 의원들이 “현재로선 선거 결과를 뒤집을 만한 정보는 없다”며 주의 선거 확정 절차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백악관 회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선 결과 대응책을 논의한 직후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대규모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동조를 끌어내려고 이들을 초청했지만 기대와 다른 답만 얻으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은 셈이다.

이에 따라 미시간 주도 마감 시한인 23일 이전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애리조나주 매리코파 카운티 선거당국 역시 이날 투표를 통해 선거 결과를 예정대로 확정하기로 했다.

투표에 참여한 카운티 이사회 회원 5명 중 4명이 공화당 소속이지만, 만장일치로 투표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매리코파는 애리조나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카운티로, 생전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했던 고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정치적 근거지인 피닉스가 속한 지역이기도 하다.

네바다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단체인 ‘선거 진실성 프로젝트’가 제기한 선거 결과 승인 중지 가처분 신청이 이날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따라 마감 시한인 24일 이전까지 바이든 승리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에서도 여전히 다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터져 나오고 있다.

라마르 알렉산더(테네시)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 위원장, 케이 그레인저(텍사스) 하원의원, 프레드 업튼(미시간) 하원의원 등은 이날 성명이나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을 일축하면서 바이든 인수팀에 대한 정권 이양 작업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인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내무장관.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