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할까 빗장 칠까…오미크론 맹위 속 각국 대응 고심

“1년 전 그 혹독한 코로나 아니다” 낙관 속 “공존할 수밖에 없다” 판단도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정윤영 기자

지난달 말 세상에 알려진 코로나19 새 변이주 ‘오미크론’이 한 달 만에 100여 개국에서 확산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28일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역대 확진자 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높은 전염력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지만, 중증도 판단은 전문가마다 엇갈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증상이 경미하다는 초기 연구 결과에 안심해선 안 된다고 연일 경고음을 내지만, 조심스러운 낙관론도 끊이지 않는다.

이에 각국 정부도 저마다 다른 방역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방역 강화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다시 고삐를 조였다. 이스라엘은 4차 접종 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신규 확진 144만 명…작년 말 기록 경신

블룸버그 통신은 자체 집계를 통해 전일 기준 전 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44만 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84만1000명으로, 오미크론이 발견된 한 달 사이 49% 증가했다.

미국은 이날 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에서 역대 최다치를 경신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주간 일평균 확진자 수는 25만4496명으로, 올해 1월11일 정점 기록(25만1989명)을 갈아치웠다.

영국에서도 12만9471명이 신규 확진자로 집계되면서 경고음이 커졌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집계치를 제외했는데도, 나흘 만에 종전 최다 기록을 갈아엎었다. 영국은 지난 17일 확진자 수가 9만3045명으로 최대치를 경신한 뒤 며칠에 한 번꼴로 신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프랑스도 신규 확진자가 18만 명에 육박해 사흘 만에 최다 기록을 다시 쓰는가 하면, 이탈리아도 8만 명을 기록, 최대치를 찍었다.

◇감염 느는데 위험 어떻게 볼까…각국 판단 ‘제각각’

각국 방역 당국은 감염 억제와 사회 서비스 정상화 사이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번 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무증상 확진자의 격리 권고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한다고 발표한 건 다소 파격적인 결정으로 평가됐다. 미국 당국은 오미크론 확산 초기 아프리카 남부 8개국에 내린 입국 제한도 해제하는 등 ‘통제’와는 반대의 길을 택한 모습이다.

‘오미크론 비상’이 걸린 영국의 대응도 비슷하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새해까지는 새로운 규제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확진자 수가 9만3045명으로 최다치를 경신한 뒤 며칠에 한 번꼴로 신기록을 다시 쓰는 감염 상황과 대비된다.

반면, 프랑스는 다시 이전처럼 강력한 규제 정책을 꺼내들었다.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전일 주 3회 이상 재택근무 의무화와 백신 접종 증명서 ‘헬스 패스’ 인정 범위 축소, 모임 인원 제한, 도심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강력한 방역 규제를 발표했다.

독일에서도 사적 모임 인원을 10명 이하로 제한하고, 모든 나이트클럽을 폐쇄하며, 영화관과 스포츠 행사 등에 대한 추가 제한이 시행될 예정이다. 백신 의무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독일은 이날 확진자가 3만 명대로, 전일 18만여 명 대비 약 2배 증가해 ‘오미크론 더블링’ 우려에 떨고 있다.

◇”오미크론 가벼울 수 있는데 공존해볼까” 조심스러운 시도

영국과 미국의 현상 대비 다소 파격적인 대응 배경에는 내년이면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이 기존보다 가벼운 코로나일 수 있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의 방역 정책과 관련, 이스트앵글리아대 폴 헌터 교수는 “방역을 강화하는 건 정신건강(국민 피로도)과 경제 등 현실적 위험을 동반한다”면서 “결정이 어려운 건 바로 그래서다.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짚었다.

당장 강력한 규제를 취해 확진자 수를 줄이고 의료체계 압박을 완화해도, 이는 감염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늦추는 것뿐이며, 백신 면역이 떨어질 때쯤 또 장기적인 위험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게 헌터 교수의 설명이다.

이 같은 견해의 저변엔 ‘오미크론이 이전 코로나보다 가벼운 질병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자리한다. 영국 정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옥스퍼드의대 존 벨 교수는 “오미크론은 1년 전 우리가 본 그 코로나가 아니다”라면서 “중환자실이 가득 차고, 수많은 사람이 너무 일찍 죽어가던 1년 전 끔찍한 장면은 이제 지난 일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미국 CNN은 “오미크론이 최악의 파도가 될 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팬데믹의 피로감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3년차를 헤쳐나갈 희망이 우리에게 필요한데, 바이든 팀이 바이러스에 지배당하는 대신 함께 사는(co-exist) 법을 배우는 방식이 100% 옳다고 생각하는 건 이 때문”이라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감염자 수가 이미 포화 상태에 놓이고 있는 의료 체계를 압도하면서 감염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우려는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이라는 걸 이젠 받아들일 때’이며, 각국이 봉쇄에서 벗어나 더 완화된 규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과 충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