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욕설만 남은 한인회관 공청회

지난 22일 처리방안 논의…참석자 30명도 안돼

발언권-시간놓고 실랑이…결론없이 이견만 확인

 

애틀랜타한인회(회장 김일홍)가 한인회관 처리방안에 대한 한인 의견수렴을 위해 마련한 공청회가 불협화음만 남기고 끝났다.

지난 22일 오후 3시 한인회관 문화공간에서 열린 이번 공청회는 참석자가 30명도 채 안돼 한인사회의 무관심을 반영했다. 공청회는 권기호 한인회 이사장의 사회로 열렸으며 의견 수렴에 앞서 김일홍 한인회장이 한인회관의 현실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김 회장은 “지은지 30년이 넘은 건물이어서 노후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고칠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라면서 “낡은 지붕과 누수, 주차장 및 건물 균열, 상하수도, 담장 붕괴 등에 대한 긴급한 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라티노 대상 대관사업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사무실 임대 등도 주변 기반시설 부족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매달 전기요금과 세금, 보험료 등 운영비만 1만2000달러가 소요되는 현실을 고려할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강미셸씨는 “한국에서 자신이 소유한 집 떄문에 생활이 어려운 ‘하우스 푸어(House Poor)’문제가 심각한데 현재 한인회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면서 “부동산 전문가로서 기회비용을 생각했을 떄 현재의 한인회관을 팔고 50년후에도 지속될 새로운 건물로 이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이에 나상호 애틀랜타노인회장은 “수리해서 사용할 수도 있는데 왜 이 자리에서 매각을 운운하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한 노인회원은 “한인회관을 팔고 노인회를 내쫓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분위기가 흉흉하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현재 한인회관 매각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음악가 유진리씨는 “이 공청회의 성격을 정확하게 알려줬으면 한다”면서 “매각을 의논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보수를 해 운영한다는 것인지 한인회장이 분명하게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늘 이 자리는 한인회관과 관련된 의견을 모두 듣겠다는 목적이며 정해진 방향은 없다”고 답했고, 이어 재차 발언권을 요청하는 유진리씨에 대해 이혁 전 조지아한인상의 회장이 “혼자 발언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냐”고 고성을 내고 퇴장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어 일부 참석자에 대해 정해진 시간보다 긴 발언을 허용한 권기호 이사장에게 박건권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 대표가 이의를 제기했고 두 사람 사이에 실랑이가 이어지다 권 이사장이 박 대표에게 욕설을 하는 장면이 연출돼 참석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참석자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 정상적인 토론을 기대한 것이 잘못”이라며 “이런 공청회를 왜 개최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자조섞인 반응을 내놨다.

이상연 대표기자

김일홍 한인회장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유진리씨가 발언하고 있다.
공청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