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물가연동 임금제 수십년만에 ‘부활’

존 디어·켈로그, 노사단협에 생활비연동조정 도입

미국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인력 부족, 노동운동 활성화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임금이 물가 상승률만큼 자동으로 오르는 물가 임금 연동 임금제가 수십 년 만에 되살아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리얼 브랜드로 유명한 켈로그의 노동자들은 이날 생활비연동조정(COLA) 규정이 포함된 단체협상안을 승인했다.

이로써 최근 수 주간 이런 규정을 도입한 두 번째 주요 기업 단협이 됐다고 저널은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농기계 제조회사 존 디어가 생활비연동조정을 도입하는 내용의 단협을 맺은 바 있다.

생활비연동조정은 소비자 물가 상승분만큼 임금이 올라가는 제도를 말한다. 소비자 물가가 급격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오를 경우 임금의 실질 가치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예컨대 존 디어는 이번에 3개월마다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임금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 규정은 인플레이션이 높았던 40∼50년 전 종종 노사 단협안에 들어갔으나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에서 소비자 물가가 7%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자 노동자들이 생활비연동조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코넬대에서 노동관계론을 전공하는 해리 카츠 경제학 교수는 “생활비연동조정은 인플레이션이 오르기 때문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공유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력은 부족한 반면 노동에 대한 수요는 강한 만큼 협상력이 커진 노동자들이 생활비연동조정을 더 많이 요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임금의 추가 상승을 야기하는 임금-물가 악순환이 벌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마이클 월든 명예교수는 생활비연동조정이 광범위하게 도입되면 인플레이션을 제도화할 위험이 있다며 1970년대 이러한 임금-물가 악순환이 발생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츠 교수는 생활비연동조정이 1970년대와 1980년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기여한 바는 작았고, 당시 인플레이션은 석유 파동과 같은 다른 요인 때문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현재는 과거와 달리 노조 조직률도 낮을뿐더러 생활비연동조정 도입도 드문 사례여서 임금-물가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애리조나, 콜로라도, 메인, 미네소타, 몬태나, 오하이오 등의 주는 최저임금을 물가에 연동하고 있다.

예컨대 애리조나주의 최저임금은 현재 시간당 12.15달러(약 1만4천500원)에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내년에 12.80달러(약 1만5300원)로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