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암 예방 위해 필요한 식생활 습관은?

 서울대 암병원 교수 150명이 꼽은 암 예방 생활수칙 10가지’ ①

[김길원의 헬스노트]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는 암 예방과 관련해 의학적인 근거가 불투명한 식생활 수칙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식생활 습관이나 건강보조식품의 오남용 등으로 되레 병을 얻거나 키우는 사례마저 생기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합뉴스와 서울대암병원(원장 양한광)이 이번에는 ‘암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 10가지’를 간추려봤다. 이번 수칙은 서울대암병원 내 15개 암종별센터 소속 의료진들이 그동안 암 환자 진료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논문 등을 기반으로 제시한 생활수칙 중 추천 빈도가 높은 10가지를 최종 선정한 것이다.

그 첫 번째로, 암 예방 생활수칙 10가지 중 5가지를 먼저 소개한다. 대표 답변자로는 서울대암병원 소속 유승범 대장암센터장, 이상협 췌장담도암센터 교수, 조수정 소화기내시경센터 교수, 권혁태 암건강증진센터장이 참여했다.

다음은 서울대암병원 의료진이 추천하는 암 예방 생활수칙 10가지 중 5가지.

[김길원의 헬스노트]

① 고기 섭취는 적색육보다 백색육이 암 예방에 낫다.

(유승범)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적색육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건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지만, 고기의 붉은색을 띠는 햄, 철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고 본다. 아무래도 적색육에 동물성 지방이 많다 보니깐 이게 암을 유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까지 나온 연구로는 하루에 100g 정도의 적색육을 매일 먹으면 대장암 위험이 1.2배 정도 높아지는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해서 적색육을 무조건 먹으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고기를 먹게 된다면 채소를 곁들여 먹는 등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채소에 들어있는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의 통과시간을 빠르게 해 암 발병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권혁태) 암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의 측면에서도 전반적으로 적색육이 좋지 않다. 특히 햄, 소시지, 베이컨 등의 가공육은 심혈관계질환이나 암 발생률은 물론 사망률을 높인다. 상대적으로 보면, 붉은색보다 흰색 고기가 더 유익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바람직한 건 동물 단백질보다 식물 단백질 위주로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조수정) 위암만 보자면 백색육과 적색육이 큰 상관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햄이나 소시지의 첨가물, 특히 맛있어 보이도록 하기 위해 넣는 색소들이 발암 원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겠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② 평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해라.

(권혁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대표적인 건강 밥상은 지중해식 식단이다. 붉은색 고기보다는 생선 종류, 오메가3가 많은 올리브 오일에 채소를 곁들이는 게 좀 더 건강한 식단으로 돼 있다. 다만, 지중해식 식단에 빠지지 않는 게 포도주이지만, 음주는 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어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승범) 음주의 경우 확실한 대장암 위험요인인 만큼 평소 과도한 음주는 지양하는 게 좋다.

(조수정) 50년대 미국에서도 위암 발생률이 매우 높았지만, 냉장고가 보급된 이후 신선한 채소, 과일 등을 먹게 되면서 위암 발생률이 갑자기 줄어들었다. 평소 신선한 식품과 채소를 섭취하면 위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되도록 오랫동안 보존한 음식이나 짜거나, 탄 음식은 암 예방을 위해 먹지 않는 게 좋다. 매운 음식의 경우 그 자체로는 암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지만, 이런 음식 대부분이 짜거나 달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상협) 췌장암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큰 원인이 음주와 흡연이다. 다만, 커피는 간암과 췌장암에 방어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적당히 먹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③ 비만해지지 않도록 체중을 관리하고, 근육량을 늘려라.

(권혁태) 암 예방 측면에서 보자면 비만일 때 더 잘 생기는 암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간암 등이다. 특히 암 경험자들은 기본적으로 이차암이라고 하는 또 다른 암이 생길 위험이 커지는데 이 이차암 발생 위험도 비만할수록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따라서 평소 운동 등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상협) 평소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하면서도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췌장의 경우 열량을 쓰고, 지방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근육량이 많으면 췌장이 덜 지친 상태에서 제 할일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근육량이 많아지면 약간 과체중이어도 췌장암이든, 담도암이든 항암치료를 잘 견뎌내는 특징이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분들은 예후도 좋다.

검사가 필요한 췌장암의 위험 요인 [김길원의 헬스노트]

검사가 필요한 췌장암의 위험 요인 [김길원의 헬스노트]

④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꼭 받아라.

(조수정) 같은 위암일지라도 1기에 발견하는 것과 4기에 발견하는 것은 생존율에 차이가 크다. 조기 위암의 경우 치료했을 때 5년 생존율이 95∼97%까지 나오고 있지만, 만약 4기에 발견됐다면 5년 생존율이 굉장히 떨어진다. 거의 췌장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는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이상협) 췌장암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표현을 쓰기 어렵다. 보통은 위험요인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초음파보다는 CT(컴퓨터단층촬영) 또는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권고하는 게 일반적이다. 췌장암 위험요인은 가족력, 만성흡연, 과도한 음주에서 비롯되는 만성췌장염, 당뇨병, 물혹 등이다.

(유승범) 대장암만큼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용종 단계에서 미리 발견해 떼어내면 수술이나 항암치료 없이 대장암을 미리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대장암 발병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 만약 가족력과 함께 혈변, 변비, 빈혈 등의 증상이 있다면 50세 이전이라도, 40세 이후 대장내시경을 꼭 받는 게 바람직하다.

[김길원의 헬스노트]

⑤ 암 가족력이 있다면 암 예방에 더 주의해라.

(권혁태)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타고난 체질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도 대부분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먹는 것을 같이 먹을 수밖에 없고, 살아가는 패턴 자체가 비슷하다 보니까 암도 가족력을 탈 수밖에 없다. 유전적인 요인에 환경적인 요인이 결합해 암이 발병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유방암의 경우에는 고위험군을 따질 때 반드시 가족력을 보는데, 직계가족뿐만이 아니고 엄마의 형제까지도 체크한다. 만약에 암 가족력이 있다면 조금 더 신경 써서 검진을 더 자주 받는다거나, 오늘 예시하는 암 예방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유승범) 만약 가족 중 55세 이전에 대장암을 겪은 분이 있다면 40세부터라도 일찍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는 게 좋다. 다만, 가족력이 있어도 조기에 발견한다면 완치가 가능한 만큼 가족력 자체를 두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상협) 췌장암의 경우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이 췌장암이면 유전성 췌장암으로 진단하지만, 실제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단발적인 가족력은 유전성이 아니고 돌연변이를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유전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단발적인 가족력이어도 췌장암 발병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3배 높다고 보는 만큼 예방적 차원의 검사를 10년 정도 더 일찍 시작하는 게 권고된다.

[김길원의 헬스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