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유산, 자녀 망칠까”…부자들 상속 고심

엄청난 부가 자녀에 미칠 영향 고민…다수는 “그래도 유산 상속은 한다”

부모에게 거액 자산 물려받은 사람이 자녀에 대한 유산 상속 의지 높아

사회 트렌드 변화와 기부문화가 발달하면서 백만장자 등 갑부들이 자녀에게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고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07 제임스 본드’로 세계적인 인기와 부를 얻은 할리우드 스타 다니엘 크레이그와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 케빈 오리어리 등은 얼마 전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물려받은 거액의 유산이 자녀를 망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상속 대신 기부를 택했다.

온라인 투자정보업체 모틀리풀(Motley Fool)은 최근 순자산 100만달러 이상의 개인 2000명을 대상으로 유산 상속에 관한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67%는 ‘너무 많은 재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상속받은 자녀들이 재산을 무책임하게 써버리거나 나태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잭 캐포럴 모틀리풀 애널리스트는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부자들은 거액의 유산 상속이 자녀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노동과 학업, 좋은 커리어를 쌓는 일 등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들을 자녀들이 배울 수 있도록 여러 조건들을 장려하면서 유산 상속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거액을 물려주는 것에 대한 고민과는 별도로 자녀들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것 자체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조건을 충족시켜 유산을 상속받은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85%가 자녀들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는데 동의했다. 또한 50만~100만달러 사이 유산을 상속받은 응답자의 84%도 거액의 유산을 상속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상속 받은 금액에 따라 상속 의지도 차이를 보였는데 10만~50만달러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들은 78.5%, 10만달러 이하 상속자들은 69%만이 자녀들에게 거액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상속 금액의 규모나 우려와 상관없이 무조건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60%, 자산의 50% 이상을 물려줄 계획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34%로 나타났다.

캐포럴은 “이같은 반응은 분명히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경험에 따른 것”이라며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닌,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자신들만의 경험에서 상속에 대한 ‘감’을 얻어낸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분석했다.

이승은 기자 eunice@atlant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