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여성 도안 20달러 결국 ‘물거품’

조지아서 활동한 노예해방운동가 해리엇 터브먼

므누신 재무장관  “위폐 위험 커서 변경 어렵다”

오바마 정책, 또 트럼프가 뒤집어…정치적 계산도

현재 20달러 지폐에 해리엇 터브먼을 삽입해 만든 가상 디자인.

미국 20달러 지폐 앞면 인물을 앤드류 잭슨 제7대 대통령에서 조지아주의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변경하려는 계획이 트럼프 정부에 의해 전격 취소됐다.

스티븐 므누신 연방 재무장관은 지난 22일 하원에 출석해 “위폐에 대한 우려로 20달러 지폐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사실상 취소의사를 밝혔다.

이날 므누신 장관은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뒤 “현재 상황으로 판단한다면 20달러 지폐의 새로운 디자인은 2028년 이후에나 가능하고, 10달러나 50달러 지폐의 디자인 변경은 그 이전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흑인 여성 하원의원인 프레슬리는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백인 남성만 이 나라를 세우지 않았다는 사실에 므누신 장관도 동의했지만 그는 지폐 변경은 거부했다”면서 “해리엇 터브먼과 일리노어 루즈벨트 등은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인물인데 화폐를 통해 이들을 기억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비난했다.

터브먼으로 20달러 지페 도안을 변경하려는 계획은 오바마 대통령 임기 후반기인 2016년에 나온 것이어서 이번 결정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술수로 보는 시각도 많다. 조지아주 메이컨에 있는 해리엇 터브먼 박물관의 수잔 스톤 관장은 “사실 오바마 정부에서 2020년에 디자인을 바꾼다고 했을 때도 우리는 2026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내다봤다”면서 “므누신 장관의 오늘 발언은 트럼프 정권의 성향으로 볼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래 오바마 정부는 10달러 지폐의 알렉산더 해밀턴을 해리엇 터브먼으로 교체하려고 했지만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의 영향으로 20달러의 앤드류 잭슨으로 대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928년 알 수 없는 이유로 당시 20달러 지폐 인물이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 22대, 24대 대통령을 대체한 잭슨 대통령은 자신의 내시빌 농장에 수백명의 노예를 거느리며 미국 원주민에 대해 야만적인 탄압을 했던 전력 때문에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초부터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미국의 영웅”이라고 추앙해 왔으며 내각 구성이나 인사를 할 때 잭슨 대통령을 연구해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잭슨의 초상화는 트럼프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걸려있으며 지난해 잭슨 대통령 출생 250주년을 맞아 묘지에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 트럼프는 해리엇 터브먼을 20달러 지폐 인물로 결정한 데 대해 “순전히 정치 수정주의(Political correctness)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며 대상 화폐를 가장 발행량이 적은 2달러 지폐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노예 출신인 터브먼은 자신이 태어난 메릴랜드주 한 농장에서 탈출한 뒤 조지아주에 본부를 둔 ‘지하 철로(Underground Railroad)’라는 비밀 조직을 결성, 남부의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키는 일을 하다 남북전쟁에도 참전했고 전쟁후에는 여성과 흑인 인권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