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소다·기저귀…가격인상에도 계속 지갑 연다

맥도날드, 펩시코, GM 등 1분기 실적 ‘양호’…일부 수요둔화 조짐도

미국의 소비자들이 각종 제품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별로 움츠러들지 않고 지갑을 계속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필품 물가가 가라앉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지만,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수용 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이날 1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동일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6% 증가했다고 밝혔다.

햄버거 등 제품 가격 인상에도 더 많은 고객이 맥도날드 매장을 방문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펩시코도 이날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분기 소비자 가격을 13% 이상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17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탄탄한 소비자 수요에 힘입어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6%에서 8%로 상향 조정했다.

하기스와 크리넥스로 유명한 킴벌리클라크도 매출, 이익 모두 성장한 것은 물론 주당순이익이 월가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다. 2개 분기 연속 10% 이상 가격을 올렸음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듯한 분위기다.

역시 이날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고급 차종에 대한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399억9000만달러)과 주당순이익(2.21달러)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GM은 올해 연간 이익 가이던스도 종전 105∼125억달러에서 이날 110∼13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21일 1분기 실적을 공개한 프록터앤드갬블(P&G)도 2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대로 가격을 올린 결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GM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모든 기업이 가격 인상의 혜택을 누린 것은 아니다.

네슬레의 경우 가격을 거의 10% 인상한 여파로 판매량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노동시장 냉각과 경기침체 우려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날 조짐도 보인다.

대형 통신회사 AT&T는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기업들의 정리해고와 비용 절감 여파로 무선통신 신규 수요가 줄어들고, 미국인들이 오래된 휴대전화기를 계속 사용하는 경향이 감지됐다고 전했다.

경쟁사 버라이즌 역시 무선통신 가입자 감소 탓에 매출이 1.9% 줄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맥주는 매출 성장세 둔화를 고려해 가격 인상의 폭을 줄이겠다고 밝혔고, 아직은 매출과 이익 모두 증가세를 보이는 코카콜라마저 연내 가격인상의 속도를 늦출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