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의 트럼프 전략 ‘부자만 배불릴 이기주의자’

전당대회 드러난 새 프레임…고상한 비판 버리고 ‘사기꾼’ 이미지 부각

민주인사들도 “파업파괴자” “나라 팔 인간” “부자돕기 집착” 지원 사격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억만장자 친구들만 배불릴 이기주의자’라는 프레임에 가둬 대선 승리를 일구겠다는 전략을 굳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향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어떤 프레임에 가두려 하는지가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트럼프에 대항해 “위험한 도널드”, “인종차별주의자”,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등의 고상한 용어를 사용한 것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은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트럼프는 파업파괴자'(scab·파업 중 노조를 무력화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라고 쓰인 티셔츠를 자랑한 것이다.

파업파괴자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는 사람 등을 일컫는 말로 노동운동에서 가장 모욕적인 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되기에는 미국이 아깝다." 종전과 색이 다른 비판을 시작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트럼프가 대통령 되기에는 미국이 아깝다.” 종전과 색이 다른 비판을 시작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페인 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당신은 어느 편인가?”라고 묻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을 겨냥해 “오직 자신만을 섬기는 억만장자 계층을 위한 애완견”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유명 인사들도 가세했는데, 민주당 내 진보 정치인들의 대표 격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고 월가 친구들의 손바닥에 기름을 바를 수 있다면 1달러에 이 나라를 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자신과 “부자 친구들”을 돕는 데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당시 클린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 혐오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자 지지자들과 함께 분노했고, 그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스를 독점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싸움을 할 수 있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클린턴 전 장관과 달리 경쟁자의 문제적 언행을 진부한 행동이라고 일축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텍사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하나도 다를 게 없는 해묵은 쇼”라고 말했다. “미국이 저런 수준이면 쓰겠냐”고 말했다.

NYT는 “해리스의 접근방식이 선거일까지 지속될 만큼 내구성이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해리스의 끊이지 않는 행운에도 불구하고 경쟁은 여전히 팽팽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부통령이기는 하지만 정치인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공화당은 앞으로 몇 주간 그녀를 ‘위험할 정도로 진보적’이라고 규정하고 이민 문제를 포함한 바이든의 가장 인기 없는 정책과 그녀를 연결하는 데 수억달러를 쓸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