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가 아쉬운데”…아픈 민주 상원의원에 쏠리는 눈

2개월여 공백에 판사 인준 지연…부채 한도 상향 등 현안 수두룩

휠체어 타고 복귀…”중요 표결 모두 참여할 수 있을 지 미지수”

휠체어에 탄 채 등원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국 상원의원
휠체어에 탄 채 등원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 [AP=연합뉴스]

판사 지명과 부채 한도 상향 등 쟁점 현안 때문에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이 현역 최고령 의원의 건강 문제로 고심 중이다.

10일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상포진 때문에 석 달 가까이 의정활동을 중단했던 민주당 다이앤 파인스타인(89·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업무 재개를 발표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의료진은 내게 상원에 복귀하면 가벼운 일정으로 일하라고 권고했다”며 “꾸준히 회복해 증상이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으로 휠체어를 탄 채 의사당에 나타났다.

연방 상원은 현재 민주당 51명(민주 성향 무소속 포함), 공화당 49명으로 구성돼있다.

그런데 파인스타인 의원이 지난 2월 말 대상포진 판정을 받고 업무를 중단하면서 민주당의 아슬아슬한 다수당 지위는 한층 위태로워졌다. 특히 상원 법사위는 그의 공백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이 10대 10 동수가 돼 법관 지명 절차 등이 지연돼왔다.

민주당 안에서 파인스타인에 대해 의원직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자 그는 지난달 같은 당 소속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게 임시 법사위원을 지명해달라는 흔치 않은 요청까지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슈머 원내대표는 파인스타인 의원의 제안을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다수당 지위를 이용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를 되도록 많이 인준하고자 한 민주당으로선 파인스타인 의원의 기약 없는 공백이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파인스타인 의원이 복귀는 했지만 민주당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

AP통신은 파인스타인 의원의 복귀로 민주당이 더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했지만, 그가 앞으로 있을 중요 표결에 빠짐없이 출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당장 대상포진으로 생긴 시력과 균형감각 장애도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상포진이 아니더라도 고령의 파인스타인 의원은 이미 몇해 전부터 쇠약해진 상태였으며 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와중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1992년 11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워싱턴 의사당에 처음 입성했고, 1994년 선거부터 2018년 선거까지 5차례 연속 승리해 30년 넘게 캘리포니아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지키면서 미국 의회의 유리천장을 깨는 데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고위 직책을 하나씩 내려놨다. 2020년에는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이 인준된 일로 자유주의자들의 비판을 들은 뒤 더는 상원 법사위 간사를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관례상 다수당 최다선 의원이 맡는 상원 임시의장직을 거절했고, 내년으로 예정된 연방 상원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