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인의 오늘’ 주제로 상설 전시관 개편해
쓸모 있는 물건부터 취향까지…’K-컬처’ 싹 틔운 한국인 일상
미국 여행가이자 사진가 버튼 홈스(1870∼1958)는 한국을 방문한 뒤 ‘흥미로운 곳’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의 방문기에는 길을 오가는 사람 사이로 지게꾼이 지나는 모습, 전차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 등 1900년대 초반의 일상이 담겼다. 그 시절 한국인의 ‘오늘’인 셈이다.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쌓아온 일상, 그 속의 민속문화는 어떠할까.
2018년 12월 ‘한국인의 하루’ 주제에 맞춰 전시를 개편한 이후 약 5년 만의 변화다. 최근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를 한국인의 생활 문화와 민속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일상에서 쓰는 물건부터 고(故) 앙드레 김의 옷과 디자인 스케치까지 28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물건’, ‘취향’, ‘함께’ 세 부분으로 나눠 한국인의 오늘을 설명한다.
19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 곁에 두고 사용해 온 물건을 조명한 ‘쓸모 있는’ 영역에서는 지게, 옹기, 호미, 한지 등을 비중 있게 다룬다.
당시 외국인에게 지게는 ‘신기한’ 물건 중 하나였다.
지게꾼의 덩치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니는 모습은 눈길을 끌었고, 구한말 선교사였던 호러스 알렌(1858∼1932)은 ‘조선 견문기’ 표지 그림으로 지게꾼을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온라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원예 도구로 인기를 끈 호미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시에서는 자연을 가까이한 옛사람들의 취향이 엿보이는 산수도 10폭 병풍, 나무의 결이 선명한 문갑(文匣·문서나 각종 물건을 보관하는 가구) 등도 한데 모았다.
관람객들은 검은 갓과 화려한 갓끈, 하얀 갓인 백립, 매서운 겨울바람을 막는 풍차 등 다양한 종류의 쓰개를 보면서 ‘모자의 나라’라 불리던 모습도 상상해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을 새로 단장하면서 영상과 체험 공간을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함께 하는’ 영역에서는 K-팝이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생생한 영상으로 선보이며, 세계인이 바라본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도 체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2022년 한국인 최초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을 수상한 정다혜 작가의 작품을 2월 18일까지 선보이면서 전통 요소를 재해석한 현대적 시도도 소개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눈에는 평범할 수 있는 오늘의 일상이 세계인 눈에 새로운 ‘K-컬처’가 된다. K로 정의된 우리의 일상을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