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장 등 한미인사 100여명 참석해 추모…문 대통령·윤 당선인 조전
팔·다리 잃고도 한미동맹 강화 평생 헌신 …알링턴 국립묘지 안장 예정

오른팔을 잃어 ‘왼손 경례’로 널리 알려진 한국전쟁 참전 영웅인 고 윌리엄 웨버 미군 예비역 대령의 추도식이 22일 열렸다.
웨버 대령은 지난 9일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추도식은 메릴랜드주 프레데릭의 ‘레스트헤이븐 추모공원’에서 유족과 한미의 참전 노병, 지인 등 100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거행됐다.
문 대통령은 황 처장이 대독한 조전에서 “‘한국전쟁에서 팔다리를 잃었지만 하늘로 먼저 간 동료들을 위해 한국전쟁을 더 널리 알리고 싶다’며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까지 힘써 주신 고인의 희생과 헌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추모의 벽 착공식 때 뵈었던 강건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고인이 보여주신 용기와 고귀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고인을 포함한 미국 참전용사의 피와 눈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굳건히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윤 당선인은 조전에서 “웨버 대령의 용기와 희생은 한국의 영토와 자유 수호에 크게 기여했다”며 “전역 후에도 전 세계가 한국전쟁을 잊지 않도록 하는 데 헌신했다”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웨버 대령의 고귀한 용기와 희생은 한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며 “이 토대 위에서 양국 국민의 강력한 연대와 우정으로 굳건해진 한미 동맹은 계속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웨버 대령은 한국전에서 큰 상처를 입어 평생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역 후에도 동맹 강화와 참전용사 관련 사업을 활발히 벌인 한미 동맹의 산 증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공수 낙하산부대 작전장교(대위)로 참전해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서울수복작전 등에서 활약했다.
1951년 2월 원주 북쪽 324고지에서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잃는 큰 부상을 당했다. 미국에서 1년여의 수술과 치료를 거쳐 현역에 복귀한 뒤 1980년 전역했다.
고인은 생전 불편한 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아 6·25전쟁의 의미를 알리는 데 활동도 왕성하게 펼쳤다.

1995년 미국의 워싱턴DC 한국전 참전 기념비가 완공되는 데 크게 기여했고, 기념공원 내에 한국전 전사자 명단을 새기는 ‘추모의 벽’ 건립 사업에 앞장섰다.
작년 5월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추모의 벽’ 착공식에 참석해 ‘왼손 경례’를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인은 참전기념공원 내 ’19인 용사상’ 모델 중 1명이기도 하다.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3만6000명과 카투사 8000명 등 약 4만4000명의 이름이 새겨지는 추모의 벽 공사는 올해 7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전체 예산 2420만 달러 중 한국 정부가 직접 공사비용인 2360만 달러를 부담한다.
한미동맹재단은 웨버 대령의 자서전을 발간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한편 ‘웨버 대령상’을 제정하는 등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재단 이사장은 연합뉴스에 “웨버 대령은 추모의 벽 건설과 기념공원 보수를 위해 한미 양국 정부에 큰 영감을 줬다”며 “이를 통해 추모의 벽이라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웨버 대령의 손녀인 데인 웨버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매우 슬프지만, 그가 추모의 벽 공사가 거의 끝나가는 것을 볼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훌륭한 할아버지가 계셨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면서 “할아버지는 한국을 정말 사랑했고, 참전 용사를 위해 헌신할 수 있어서 매우 행복해했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향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