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1차 세계대전 후 화려했던 1920년대 미국의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한 화려한 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품이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정식 개막공연이 열린 지난 25일 뉴욕 맨해튼 53번가 브로드웨이 시어터의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호화롭고 웅장한 무대에 한없이 빠져들었다.
후반부 들어 무거운 결말로 막이 내리기까지 숨죽여 공연을 지켜봤던 관객들은 조명이 밝아지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오랜 시간 큰 박수를 보냈다.
국내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현지 제작진과 함께 무대에 올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의 화려한 데뷔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순간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뮤지컬 작품이다.
재즈 시대라고 불리는 1920년대, 대공황 직전 전후 호황기 뉴욕의 상류층의 호화로운 삶과 그 이면의 불안함, 사회 모순을 예리한 필치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세기 초 미국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이 소설은 대부분 미국 고등학교 문학 수업에서 다뤄지고,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될 만큼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이 무대에 오른 53번가 브로드웨이 시어터 역시 재즈 시대인 1924년 처음 문을 연 유서 깊은 극장이다.
약 1700석 규모로 브로드웨이 극장가에서 두 번째로 큰 공연장이다.
에비타,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등 유명한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이 극장의 간판을 장식했다.
2막 중후반 비극이 시작될 때까지 무대는 로맨틱하면서도 화려하고 즐거웠다.
관객들은 위트 넘치는 대사에 쉴 새 없이 웃음을 터뜨렸고, 개츠비 저택에서의 호화로운 파티 장면에선 재즈풍의 음악과 춤에 맞춰 관객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연출을 맡은 마크 브루니는 “개츠비는 1920년대 호화로움과 퇴폐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며 “사람들이 소설 속 파티를 떠올릴 때 갖는 상상을 무대에서 전달하기 위해선 상당한 스케일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개츠비 역할을 맡은 제레미 조던과 그의 옛 연인 데이지 뷰캐넌을 맡은 에바 노블자다가 함께 부르는 듀엣곡 ‘마이 그린라이트’만으로도 음악을 사랑하는 관객들을 극장에 끌어들일 만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신 대표가 단독으로 리드 프로듀서로 나서 제작과 기획을 진두지휘한 작품이다.
한국인이 브로드웨이 공연의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대표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2009년 ‘드림걸즈’를 시작으로 세 차례 도전장을 냈고, 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와 2015년 ‘닥터 지바고’로 두 차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지만, 번번이 실패의 쓴맛을 봤다.
위대한 개츠비 원작의 저작권이 2021년 풀렸다 보니 다양한 뮤지컬 경쟁작들이 브로드웨이 진출을 노리는 중이다. 신 대표는 2020년부터 작가진을 구성해 일찌감치 작품 구성을 해왔다.
브로드웨이는 아니지만 호화 제작진과 배우를 캐스팅한 다른 ‘개츠비’ 작품이 현재 보스턴의 아메리칸레퍼토리시어터 무대에 올라가 있다.
개막 직후 평단의 반응은 아직까진 유보적이다. 원전 소설의 위상이 워낙 높다 보니 평단의 기대치도 그만큼 높게 형성된 분위기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브로드웨이에 오른 이번 뮤지컬 각색은 재즈시대의 재미로 가득하다”면서도 “피츠제럴드의 1925년 소설이 고전이 된 이유가 비극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은 듯하다”라고 평했다.
‘미국의 영혼’과도 같은 소설에 기반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현지 관객의 관심은 뜨겁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해 10월 뉴저지주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극장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했을 때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성공적인 브로드웨이 데뷔를 예고해왔다.
지난달 29일 프리뷰 공연을 개막한 이후 첫 주부터 판매액 기준 ‘백만달러 클럽’을 달성하기도 했다.
정식 개막 공연은 2024년 토니상 후보작 발표를 앞두고 이뤄졌다.
30일 발표가 예정된 토니상 후보작은 지난해 4월 28일부터 올해 4월 25일까지 브로드웨이에 개막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신 대표는 오프닝 공연이 끝난 뒤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다음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제작자가 험난한 브로드웨이에 와서 꿈을 이뤘다는 게 잠시 믿어지지 않았다”라며 “정말 뜻깊은 밤이었고, 하루 종일 어지러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