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행] 솔향, 커피향, 바다향…향기 찾아 떠나는 강릉

입맛 사로잡는 두부집 초당동, 눈이 호강하는 경포해변, 먹자골목 교동 등 ‘핫플’ 즐비

경포해변 백사장에서 모래장난 하는 아이들
경포해변 백사장에서 모래장난 하는 아이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솔향, 커피향, 바다향 그리고 당신의 향기까지.

강릉 여행의 키워드는 ‘향기’다.

향기에 취하고 풍경에 취해 걷다 보면 경포대와 오죽헌에서 역사 속 인물을 만난다. 단오제에서는 하늘을 만난다. 자연과 역사, 문화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도시다.

여기는 피서 별천지
여기는 피서 별천지  강원 강릉시 초당동 소나무 숲에서 주민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1일 연합뉴스가 SK텔레콤의 공간 데이터 서비스 ‘지오비전 퍼즐’을 토대로 관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머무른 기록은 강릉 여행의 향기를 기억하는듯했다.

서울과 비슷한 위도에 있는 영동지역 최대 도시 강릉은 벚꽃 시즌인 4월과 단풍철인 10월 등을 제외하면 ‘국내 여행지 순위 3위’를 좀처럼 놓치지 않는다.

국내 여행지 순위서 꾸준히 3위를 차지하는 강릉

◇ 낮에는 ‘초당두부’ 맛보고, 밤에는 ‘경포해변’ 거닐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단연 맛집 탐방이다.

그래서인지 SK텔레콤의 관광 데이터 분석에서 낮 인기 지역 1위는 초당동이 차지했다. 경포해변이 있는 강문동은 2위로 밀려났다.

강원 강릉시 방문자 낮 인기 지역 순위
강원 강릉시 방문자 낮 인기 지역 순위 [SK텔레콤 지오비전 퍼즐 제공]

강릉 여행의 필수 코스인 초당동은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향토 음식 ‘초당두부’의 고장이다.

초당두부는 조선 최고의 문장가인 허균, 허난설헌 남매의 부친 허엽 선생으로부터 유래했다.

삼척부사를 지낸 허엽은 집 앞의 약수로 콩을 불린 후 깨끗한 바닷물로 두부를 만들었다. 그 명성이 퍼져나가면서 허엽의 호 ‘초당'(草堂)이 붙어 초당두부로 불리기 시작했다.

초당두부와 간수를 기본으로 배추김치, 양념장 등을 넣어 끓인 얼큰하고 시원한 두부전골, 불린 해콩을 맷돌에 갈아 삼베로 걸러 가마솥에 끓인 초두부 등은 그 진수라 할 수 있다.

‘초당두부 마을’로 이름 붙여진 골목 곳곳에는 줄 서서 먹는 맛집이 즐비하다.

"강릉 초당두부 만들어요"
“강릉 초당두부 만들어요” [연합뉴스 자료사진]

 

초당동 바로 위에 있는 강문동은 그 유명한 경포해변이 있는 지역이다.

거울처럼 맑은 경포호는 최고의 데이트 코스다. 호수 옆 언덕에 자리한 경포대에서는 하늘, 바다, 호수, 그리고 술잔과 눈동자에 떠 있는 다섯개의 달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해돋이의 명소이기도 하다.

인근 경포해변은 우리나라 여름철 최고의 해수욕장 중 하나로 꼽힌다. 탁 트인 해변의 장관은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근심, 걱정을 덜어준다.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관광지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진 가로수를 배경으로 드라이브도 할 수 있다.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는 활어회와 물회도 맛볼 수 있고, 풍경 좋은 카페도 곳곳에 있다.

경포호수에서 여유롭게 휴식 취하는 큰고니
경포호수에서 여유롭게 휴식 취하는 큰고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포해변 아래에 있는 강문해변으로 발길을 옮기면 유명한 수제버거집이 나온다. 햄버거가 별로라면 근처에 조개찜이나 물회, 칼국수 등 ‘맛집’으로 꼽히는 식당들도 있다. 미식가를 위한 선택지가 많은 곳이다.

이처럼 관광과 미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인지 강문동은 밤 인기 지역 1위를 차지했다.

온갖 맛집과 주점 등 ‘먹자골목’이 밀집한 교동 역시 강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지역이다.

낮에는 맛깔스러운 음식과 아기자기한 디저트 등이 입을 즐겁게 하고, 밤에는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물든 거리 풍경이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강릉원주대 강릉캠퍼스의 대학생과 직장인 등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어서 교동 곳곳은 늘 활기가 넘친다.

교동은 강릉의 낮 인기 지역 3위, 밤 인기 지역 2위를 차지했다.

봄날 강릉 경포대의 추억
봄날 강릉 경포대의 추억 [연합뉴스 자료사진]

 

◇ 2030은 ‘해변’으로…5060은 ‘모래시계’ 속으로

인기 관광 장소와 해시태그(#)로 살펴보면 2030과 5060의 취향이 두드러지게 나뉜다.

경포해변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안목해변(2위), 경포 아쿠아리움(3위), 강문해변(4위)은 ‘#20대’와 ‘#30대’가 많이 태그돼 눈길을 끈다.

안목해변은 강릉이 왜 ‘커피 도시’로 불리는지 잘 보여주는 곳이다.

커피 자판기 수십 대가 놓여있어 ‘길거리 카페’로 불리던 안목해변은 10여년 전부터 실력파 바리스타들이 카페를 창업하면서 ‘커피거리’로 변신했다.

강릉 커피거리 야경
강릉 커피거리 야경 [촬영 유형재]

인구 22만 도시에 카페가 300곳이 넘을 정도로 강릉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카페가 아니더라도 골목길 언저리에서 커피를 볶는 풍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문해변에서는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가 수중다이빙으로 바닷속에 방대하게 펼쳐진 바위, 말미잘, 대형어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젊은 스킨스쿠버 동호인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색다른 추억을 남기고 싶은 신혼부부들을 위한 수중다이빙 촬영도 하고 있어 젊은이들의 핫플로 꼽힌다.

무더위 잊게 하는 짜릿함
무더위 잊게 하는 짜릿함 강원 강릉시 안목해변에서 관광객들이 보트를 타고 시원한 바다를 가르며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젊은 층이 도심과 가까운 해변에서 낭만을 찾는다면, 중장년층의 발걸음은 향수를 자극하는 정동진으로 향한다.

인기 관광 장소 순위에서 정동진과 모래시계공원은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강원 강릉시 인기 관광 장소 순위
강원 강릉시 인기 관광 장소 순위 [SK텔레콤 지오비전 퍼즐 제공]

하지만 두 곳은 50대와 60대의 방문 선호도에서는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정동진은 오래전부터 일몰·일출 명소로 유명했던 데다, 19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중장년층에게는 드라마에 대한 향수와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하기에 충분하다.

구름 뚫고 높은 파도 헤치고
구름 뚫고 높은 파도 헤치고 일출 명소인 강원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 해변에서 해가 짙은 구름과 높은 파도를 뚫고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동진 모래시계공원에 세워진 모래시계는 지름 8.06m, 폭 3.20m, 무게 40t, 모래 무게 8t으로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이다. 시계 속에 있는 모래가 모두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다.

인근에는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정동진역’이 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철길과 해변의 조화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밖에 경포호의 특수한 생태 환경을 보여주는 경포 아쿠아리움,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등은 아이와 여행할 때 인기 있는 장소로 꼽혔다.

실감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강릉'
실감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 강릉’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