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입양인의 현실 따위엔 관심 없다고?”

영화 ‘블루 바이유’, 미국사회에 선포한 입양인의 권리장전

한국계 미국인 입양인의 현실과 아픔을 다룬 영화 ‘블루 바이유(Blue Bayou)’가 오는 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인 이민 1세대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던 영화 ‘미나리’에 이어 또 한번 감동을 예고하고 있는 이 영화의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주

1편(링크)에서 이어집니다

‘블루 바이유’의 저스틴 전 감독은 자신의 한국적 유산(heritage)과 이민자 커뮤니티에 속한 친구들의 경험이 국제 입양을 둘러싼 문제들을 면밀히 파헤쳐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 입양의 경우 1970년대 베트남전 막바지에 실시된 전쟁고아 구출작전인 ‘베이비리프트(Babylifts)’가 역사적 상징이 됐다. 미국의 개입으로 국제전으로 확대된 이 전쟁에서 미국은 공산주의로부터 전쟁 고아들을 ‘구조’하는 모습을 보여 인도주의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힘을 과시할 수 있었다.

사실 국제 입양은 복음주의자인 헨리와 베르타 홀트 부부가 지난 1955년 연방의회에서 한국전 고아들의 입양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성공적으로 통과시키면서 공식화됐다. 이들 부부는 이후 최초의 대규모 국제 입양 단체인 ‘홀트 국제 아동 서비스’를 설립했다.

입양인 권리옹호 단체들은 “입양에 관한 담론이 인종과 권력에 대한 연구 및 자료의 부재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으며 입양인들이 직면한 법적 분쟁의 심각성 또한 간과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2000년 이후 입양과 동시에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을 마련했지만  2000년도 이전에 입양된 사람들의 경우 양부모의 무관심 혹은 서류 작업 때문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블루 바이유 스틸 컷/Credit=Focus Fetaures

 

‘입양인의 현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전 감독은 기존 자신의 작품들, 즉 투병 중인 아버지를 돌보며 힘든 시간을 겪는 한국계 미국인 남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영화 ‘미스 퍼플(Ms.Purple)’이나 1992년 LA 흑인폭동을 다룬 영화 ‘국(Gook)’ 제작 때보다 훨씬 느린 속도로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먼저 입양인 관련 연구자료와 언론보도를 수집하고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인 ‘아담 크랩서 추방 사건’을 접한다. 한국에서 입양된 크랩서는 2번에 걸쳐 다른 양부모에게 보내졌으나 모진 학대를 당하다 버려졌다. 양부모들 중 누구도 그의 시민권 취득을 도와주지 않아 수차례 전과가 있었던 크랩서는 2016년 결국 한국으로 추방됐다.

전 감독은 입양인으로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온전히 알기란 불가능함을 깨닫고, 수백 시간에 걸친 입양인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하는데 주력했다. 이미 촬영해 둔 부분을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입양인들이 느끼기에 사실과 다른 부분은 없는지, 불편해하는 내용은 없는지 꼼꼼하게 수정해 나갔고, 전문 이민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다듬기도 했다.

이민 사회 전체와 상담할 수는 없었지만 인터뷰한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만큼은 반드시 담아내고 싶었기에 지난 수년 간 여러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추진한  프로젝트도 유심히 살폈다. 그들이 다룬 이슈들이 늘 존재해 왔던 것인지 혹은 일시적인 현상인지를 파악하고 윤리적인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문하고 검증하며 이해하는 단계를 거쳤다.

전 감독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진정한 파워는 자신들을 진실하게 표현해 주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세워주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문을 닫아서도 안 되고 이야기의 양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며 “일단 모든 이야기들을 환영하고 이후에 어떤 내용이 유효하고 우리의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초기 접근이 어려웠던 이 영화의 주제가 자신의 작품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원했으며 이것만큼은 절대 타협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전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이 작품은 내게) 감정적인 것이다. 나와 우리에게 이 감정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 왜 영화를 만들겠는가? 그래서 나의 모든 것을 100% 쏟아 부었다”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사명감과 열정을 드러냈다.

이러한 전 감독의 자세가 ‘한국에서 온 입양아의 현실 따위’에는 이제껏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일부러 외면해 온 미국 사회에 ‘블루 바이유’가 불러올 반향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루 바이유’는 메트로 애틀랜타의 경우 한인타운인 알파레타 ‘리걸 애벌론(Regal Avalon)’ 영화관에서 오는 16일 오후 7시 5분 개봉한다.

이승은 기자 eunice@atlantak.com

영화 블루 바이유 트레일러(유튜브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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